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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문을 열고나오니 마을회관에서 방송이 울린다. 10시 30분 마을총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방인인 우리는 주소를 옮겼지만 여전히 이방인이다. 집성촌 마을에서 누구네 이름들이 오갈 때 마다 허공을 맴돌 뿐이다. 이웃사촌인 이들에게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을 무시한 채 아침을 먹었다. 한참 후 부녀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꼭 참석해야 한다며 어서 내려오란다.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20여명이 뺑 둘러앉아 회의를 시작하고 있었다. 월하정인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보였다. 고성이 회관 밖에까지 들려온다. 그래서 들어가지 못하고 밖을 서성거렸다. 한참 후 한 두 사람이 나오더니 볼멘소리를 하고 내려간다. 사건의 전말은 전 이장이 마을일에 사전 회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결국 내용 없이 말싸움만 하고 끝이 났다. 회의가 끝나고 점심을 먹었다. 나는 합석하여 술잔을 기울였다. 소주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웠더니 입이 바싹 마른다.
집으로 돌아와 파고라에 미뤘던 문짝을 설치하였다. 슬라이딩 도어 부속을 주문하고 설치까지 4주가 걸렸다. 앞쪽과 똑같이 노란색을 칠하였다. 유리창을 끼우려 했지만 2mm유리는 쉽게 재단되지 않고 산산조각이 났다. 결국 폴리카보네이트를 주문하여 끼웠다. 문을 달았지만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앞쪽이 훤히 개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