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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송광사에서

by 허허도사 202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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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그루의 키 큰 감나무가 열 지어 서 있고 흙담 위 기왓장 너머 향로전이 보인다. 그 뒤로 대숲이 바람에 일렁인다.

 

고요한 산사에는 풍경소리가 빠질 수 없다. 파란 하늘 물고기 한 마리 유영하듯 흔들리며 바람의 속도에 맞춰 울림의 강약을 조절한다. 그 소리가 너무 강해 물고기가 이탈하는 순간 처마 밑은 허허하다. 그 물고기가 산에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겠지만 연어처럼 회귀하지 못하겠다. 물고기를 잃어버린 종은 그 기능을 상실한 채 덩그러니 남아있다. 휑한 겨울나무처럼 쓸쓸하다.

 

그림의 시작은 매번 흰 여백에 선을 긋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 그 시작점은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하여 네 그루를 그리고 담장을 그렸다. 그리고 담장 너머 전각을 그렸다.

시점은 수평으로 가로지른 담장의 기와 선일 것이다. 화면의 분할에 따라 전각의 깊이가 달라진다.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그렇다고 중간에 둘 수는 없다. 황금분할을 뜻하겠지만 그 시점은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내 뜻이 아니다.

담장에 걸치는 전각의 기와 선만 남았을 때 공간은 단절되고 평면만 남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숲을 그렸다. 안개가 살짝 휘감은 수묵화처럼 하지만 그 느낌은 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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