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에 더위를 피해 걷고 고도가 보일쯤 덕촌마을이 나왔다. 이정표 하나 없던 곳에 불탄봉이 보인다. 고도를 지척에 두고 불탄봉으로 산행을 이어갔다. 산비탈 골목길을 돌아 쑥부쟁이가 흐드러지게 핀 바위를 지나 어두운 터널속으로 들어간다. 동백나무가 빼곡하여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다. 남도 도서지방의 전형적인 아열대숲으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두터운 잎들이 천정이 되고 지면에는 마삭줄과 송악 그리고 자금우가 잘 자라고 있다. 지금껏 걸어온 길이 멀었을까 200 미터가 되지 않은 낮은 산임에도 힘이 들었다. 동백숲이 벗어나자 예덕나무 군락지가 나오고 다시 동백숲이 이어진다. 우연일까 동백꽃 한 송이가 조화처럼 떨어져 있다. 위를 보아도 꽃은 보이지 않는다. 시공을 초월하여 떨어졌는지 길 가운데 사뿐히 놓여있다. 어두운 숲속은 시간을 잊게 한다. 낮인가 밤인가. 이곳을 어서 벗어나고 싶을 정도다.
불탄봉 전망대에서 바다를 조망하고 신선바위로 향한다. 시퍼런 바다 위 둥둥 떠 있는 섬에는 흰점으로 보이는 집들의 집합체가 유기적으로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는 일제가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높은 곳에 등짐을 지고 올라왔을 그분들을 생각하니 울컥한다. 이러한 구조물은 거문도에만 5곳에 존재한다고 한다.
불탄봉에서 덕천마을로 내려갈까 하다 언제 다시 올까 목넘이로 넘어간다.
오늘따라 땀이 흘러내리고 지쳐 뒤처진다. 월하정인 저질 체력이라 놀린다. 산 능선은 억새평전으로 바뀌고 바다는 고요하여 수면 위로 윤슬이 반짝이고 있다. 전망이 가장 좋다는 신선바위로 가고 있다. 평석으로 잘 다듬어지고 암릉구간이 시작된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다. 수목터널이 군데군데 이어지고 해안 절벽이 아래로 이어진다. 돌계단을 올라서니 신선바위가 보인다. 아래로 유림삼거리다. 체력이 방전된 듯 다리에 힘이 풀리고 내려가길 바라지만 직진보능 월하정인 신선바위로 향한다.
반듯하게 쌓아올린 돌탑도 보이고 사람얼굴을 한 바위와 마주치는 순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생각난 듯 말을 걸어올 것 같다.
멀리 거문도등대가 보일쯤 해식 절벽에 우뚝 솟은 바위가 나타난다. 뭉뚱한 신선바위는 지금껏 수만은 비렁길에서 보았던 풍경의 일부분으로 그만큼 이채롭게 다가오진 않지만 이만한 풍경도 없겠다.
신선바위를 뒤로하고 능선길은 어둑한 동백숲으로 들어간다. 끝없이 내려갈 것 같은 길은 보로봉에서 감간 휴식을 취하고 또다시 깊은 어둠 속을 걷는다. 수월산에 해무가 걸쳐있는 모습에 산울림의 구름모자가 생각이 난다. 아래로 수직의 계단은 365개란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러하겠다. 그 끝은 목넘이로 길은 끝나고 갯바위를 건너 거문도등대로 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다음으로 기약하고 고도로 향했다.
우리를 싣고갈 차량이 지나쳤으면 한다. 여객선사의 차량이 다가오지만 선 듯 세우지 못하고 기다렸지만 생~하니 멀어진다. 다시 콘크리트의 길을 걷는다. 사람과 마주쳐도 마스크에 흥을 찾지 못한다. 꾸역꾸역 걸어가니 멀고 멀게 보이던 고도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무지개다리처럼 생긴 삼호교를 지나니 차 한대 지나는 가파른 길이다. 맞은편 차가 들어서면 경보등이 울렸다. 2차선으로 만들지 하며 걸었다.
지치고 어깨는 무겁고 갈증에 목은 타고 삼중고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 잠자리를 잡아야 한다. 모텔도 보이고 민박도 많이 보인다. 방 하나 없을까 하며 포구를 돌았다. 치킨집이 보인다. 생맥주 생각에 숙소는 뒤로하고 바로 들어섰다. 한숨에 들이키니 피로가 저 멀리 내려가는 듯했다. 그래서 숙소를 추천받았다. 이곳에서 나름 깨끗한 곳이란다. 적산가옥 민박에서 하룻밤을 보내고자 했는데 모텔을 잡았다.
그리고 피로를 씻고 추천받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식당은 다양했다. 이곳에 왔으니 갈치회와 조림을 주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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