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8.
여수 향일암
태풍이 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여수를 관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내렸습니다. 다행히 비바람 치는 요란한 날씨는 아니기에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평일 오전은 한가했습니다. 요란한 관광버스도 보이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인파도 없이 산사의 음악소리가 빗소리에 낮게 깔려 들려옵니다. 향일암 오르는 입구는 여수의 특산품 갓김치와 홍합 등 건어물 가게들이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가파른 언덕길에 형성되어 지나가는 행인들을 호객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계단을 피해 평평한 길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빗길에 미끄럽기도 한길을 우산을 들고 올라서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매번 계단을 용하여 암벽사이를 비집고 올라서다 그 길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새롭습니다.
오르기 전에 끝자락 매점에서 오미자차 한잔으로 여유를 부려봅니다. 메뉴에 탱자에이드가 눈에 뛰었습니다. 탱자를 먹어보았기에 그맛이 궁금하였습니다. 올 가을 탱자로 청을 담아야 갰습니다. 바람에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펴집니다.
우산을 들고 안개가 살짝 드리운 숲길을 걷다보니 신선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보이자 바위틈으로 미로처럼 생긴 좁은 길을 따라갑니다. 바다가 보이는 원통보전 앞으로 나왔습니다. 위로는 삼성각이 있으며 그 아래 요사 채가 있습니다. 향일암에 오르면 이곳을 제일 먼저 들렸습니다. 절집분위기가 아닌 숲속에 한옥 한 채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숲은 우거져 지붕을 덮고 있으며 낮은 담장위로 보이는 마루가 평화로워 보입니다.
예전에 스케치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삼성당을 내려와 원통보전에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원통보전 안에서는 천도제인가를 지내는지 염을 하는 스님과 그 뒤로 스님을 따라 절을 하고 있습니다. 천수각까지 오르내릴 때 까지 끝나지 않았습니다.
위로 올라갑니다. 바윗장이 신의 뜻으로 쌓였는지 아니면 자연현상인지 한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비가와 바닥은 축축합니다. 우산을 접어 비좁은 바위틈을 지나 자 금색기와지붕이 보입니다. 관음전입니다. 바다는 잔잔합니다. 평평한 바위가 보입니다. 원효대사 좌선대라는 표식이 보입니다. 난간에는 금색나뭇잎이 가득합니다. 소원이 적혀있으나 그뿐입니다. 관음전 앞마당은 비좁아 몇 사람만이 올라오면 가득합니다. 우산을 펼치고 있으니 더 그러합니다. 오래 지체하지 않고 바로 내려옵니다.
천수관음전으로 내려가니 법당에는 손모양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것도 금색칠이 입혀진 금손이였습니다. 다 돈이지요 3칸짜리 법당 처마에는 용머리 두 개와 거북 두 마리가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이곳은 온통 돌거북 천지입니다. 바위위에도 담장위에도 바둑돌처럼 놓여있습니다. 목주를 한 거북이, 동전을 쓰고 있는 거북이 해마다 걸어오는지 이제 놓을 곳도 없어보일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원통보전 앞으로 내려갑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관광객들로 가득차고 있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니 해탈문이 다름 아닌 바위계곡입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의 공간입니다. 괜히 움츠리게 되는 그런 압도적인 공간속에 해탈의 경지를 느끼기 보다는 자연의 신비에 벋어나길 바라는 순간입니다.
해탈문을 벋어나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일주문이 보일 듯 짙은 안개가 지나갑니다.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몽환적인 배경으로
뒤를 돌아보니 일주문이 아닌 등용문이랍니다. 그 앞 동자승인지 할메인지 석상 3개사 줄지어 섰다. 입을 막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있다. 말로 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 것이다. 그렇게 못난이 인형처럼 생긴 석상을 따라 일주문에 도착 향일암을 벗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