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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by 허허도사 2025.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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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무등산

한글날을 마지막으로 추석연휴가 끝났다. 긴 연휴였지만 가족모임으로 2일 보내고 시골집에서 여수와 광주를 오가며 후식을 취하다 오늘은 산행을 하였다. 5일간 운동하지도 않고 먹고 마시기를 반복하니 몸이 묵직하다.

오늘 산행은 상상상목원 – 규봉암 – 장불재 – 서석대 – 인왕봉(1164m) - 지왕봉 – 누에봉 – 시무지기폭포 – 상상수목원 11.5km 5시간 산행하였다.

계속 연후 첫날부터 내렸던 비는 어제까지 지속되었고 오늘 맑은 하늘이 보였다. 상상수목원에 도착하니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아마 정상 개방이라는 희소식에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탐방하였을 것이다. 가을 코스모스가 피었지만 여전히 더웠다.

탐방로 입구를 지나자 등산로가 어지럽다. 지난 폭우로 패이고 자갈들이 나뒹굴고 낙엽이 떨어져 축축하였다. 경사진 소나무와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오른다. 서늘한 날씨에도 땀이 바로 흘렀다. 숲은 여전히 덮고 푸르고 빛조차 내려오지 않았다. 규봉암까지 계속되는 계단은 길은 여전히 힘들게 한다. 그나마 1.8km의 짧은 거리에 이제는 익숙한 길로 무리하지 않고 조금 여유롭게 산행을 하였다.

길섶에는 취나물 산박하가 그늘진 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바위틈사이 노란 까치고들빼기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제 막 꽃대를 올린 꽃향유도 있다.

계단의 끝에는 규봉암으로 연결된다. 광석대 아래 위치한 규봉암은 절묘하다. 거대한 기둥이 병풍처럼 우뚝 솟아있는 아래 조그만 터를 잡고 관음전을 중심으로 좌우 전각이 있을 뿐이다. 그 아래로 화순 들녘이 펼쳐진다. 겹겹이 쌓여가는 산 능선은 선명하게 드리웠다. 샘물로 목을 적시니 뜨거웠던 열기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파란 하늘에 검은 돌과 초록 들판이 대비되어 마음이 정화된 듯 길을 이어간다.

장불재까지는 오솔길을 걷듯 편안한 길이다. 그리고 너덜지대를 걷는다. 맞은편으로 안양산에서 낙타봉을 지나 장불재로 이어지는 백마능선이 펼쳐진다. 숲은 여전히 교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관목으로 바뀌는 지점 하늘이 보이며 장불재로 이어진다. 길섶에는 쑥부쟁이와 하얀 구절초가 어우러지고 노란 짚신나물이 피었다.

장불재에 도착하니 11시다 이른 점심을 먹었다. 백구가 나타나 우리에게 다가온다. 짐승을 무서워하는 월하정이 당황하고 있을 때 공원직원이 규봉암에서 키우고 있는 규봉이란다. 사람을 물지 않으니 안심하란다. 덩치가 큰 백구는 순했다. 짖지도 귀찮게 굴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돌아다녔다. 숲속으로 들어가 뭘 하는지 덤불이 붙어있다.

장불재에는 쉬고 있는 탐방객들이 이제껏 제일 많았던 것 같다. 서석대에도 단풍이든 것처럼 많이 보였다. 서석대에서 광석대로 이어지는 가슴처럼 풍만한 원을 그리는 무등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두 핸드폰은 그쪽을 향하고 있다.

장불재에 왔으니 물매화를 보고 가야했다. 월하정인은 지금 보러 가지하였다. 나는 정상을 먼저 가자고 했다. 결국 그날 물매화는 보지 못했다.

서석대로 향했다.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렸다. 서석대로 오르는 길은 입석대에서 급격히 변하고 바위투성이로 변한다. 오밀조밀한 바위들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 떨어진 바위들이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는 장면과 하늘거리는 억새들이 펼쳐지는 초원지대가 교차한다.

장불재에도 서석대의 표지석 앞에도 인증사진을 찍는다고 줄이 길게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기다림의 미학이 생겼는지 인증샷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증거 보전의 힘이 강한지 모를 일이지만 우리는 기다림의 미학까지는 참지 못하고 인증하지 않았다. 그냥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기록하였다.

산 아래로 광주시내가 펼쳐진다. 온통 아파트 단지가 하얀색으로 펼쳐져 그 광경도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이러니 하였다. 반면 화순 방향은 초록들판에 누렇게 변하고 있는 논이 있는 풍경 펼쳐졌다.

인왕산으로 향했다. 억새들이 하늘거렸다.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은 짧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군부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 길은 일방통행이었다. 그리고 신분증 검사가 있다. 다행이 모바일신분증을 등록하여 사용하였다. 대한민국은 불편하면서도 참 편한 세상이다. 바위사이로 흰 구절초가 흐드러졌다. 데크로 난 계단을 따라 인왕봉으로 향했다. 여전히 인증사진을 남기려고 대기자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먼발치에서 사지을 찍고 AI로 지웠다. 다만 내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인증사진이 필요할 만큼 내 모습이 소중하지는 않다. 상상했던 것보다 설레임은 없었다. 단지 서석대 보다 높다는 것뿐이었다.

다시 내려와 정상을 향했다. 철책이 높게 설치되었다.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그 사이로 들어서니 또 다른 풍경이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임을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것이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눈으로 담아야 했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지왕봉이 적벽처럼 펼쳐진다. 서석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사진촬영은 불가 전방대에서 광주방향으로 사진 촬영이 허가되었다. 장병들이 사진 찍는 것을 돕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광주라는 표지판 앞에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대기하여 사진을 남겼다. 지왕봉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다행히 광장에서 지왕봉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천왕봉의 탐방로는 아직 통제하고 있었다. 다들 언제 이전 하냐고 간부들에게 질문을 하지만 군의 통제 사항을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이제 하산을 한다. 천왕봉 삼거리를 지나 부대 밖으로 난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물매화를 포기하고 누에봉을 따라 내려갔다. 억새들이 하늘거리는 길을 따라 들어서니 송신탑이 보이며 돌들이 한 방향으로 누워있는 신기한 곳이다. 몇 년 전 이 길을 걸었지만 그때는 비탐방구역으로 탐방로가 희미하였지만 지금은 이정표도 설치하고 정비되었다. 급격하게 내려가는 길은 원시림처럼 음습하다. 바위에는 초록이끼들이 천년의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운 숲이다.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풍혈에서 뿜어 나오는 찬 공기와 만나 습한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앞선 등산객이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 아래서 이름을 묻는다. 회목나무라고 하니 가지를 만지며 화살나무(참빗나무)와 비교한다. 가지에 날개가 없다며 하지만 나중에 검색하니 회나무열매였다.

미끄러질 듯 길은 급하게 내려가 신선대 삼거리에서 규봉암쪽으로 향한다. 이제 오후 1시가 지났건만 숲은 그늘져 늦은 오후 같은 분위기다. 시무지기폭포를 따라 하산하였다. 인부들이 나무계단을 들어내고 있다. 급경사에서 작업하시는 노력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시무지기폭포에서 같은 사진을 찍고 상상수목원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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