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1,118m)
새벽 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이동하였다. 새벽 4시 30분 출발 눈을 뜨니 대전을 지나고 있다. 짙은 안개가 몽환적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다시 눈을 뜨니 영월을 지나고 있다. 충청도를 이어 강원도로 이동하였다. 들판의 황금 들녘은 무논으로 변하고 있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를 것이라 창문 밖을 바라보지만 깊어진 골과 경사진 밭들과 멀어지는 마을이 산골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안개가 걷히고 산들이 깊고 높아 이곳이 남쪽과 다른 이질감을 느낀다. 5시간을 달려 민둥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10시 30분이다.
민둥산 주차장은 억새꽃 축제로 품바 공연 등 시끌벅적 한다. 텐트 사이를 비집고 강을 건너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하였다.
민둥산을 선택한 이유는 정상아래 물웅덩이가 있다. 우리네 말로 둠벙이라고 한다. 석회암지대인 민둥산은 석회암이 물에 녹아 땅 꺼짐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그리고 등산로 옆으로 흰 석회암이 많이 보인다. 그러한 웅덩이를 돌리네(doline)라고 한다. 그냥 작은 백록담이라 부르고 싶다.
정선군 남면 무릉리 증산초교 – 급경사 – 임도 - 쉼터 – 정상 – 쉼터 – 완경사 –증산초교 원점회귀 하였다.
입구부터 경사가 남달랐다. 모악산에 이어진 산행의 후유증으로 종아리가 터질 듯 아려왔다. 등산로는 급경사와 완경사로 갈라진다. 두길 모두 경사가 심하지만 급경사 길로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경사가 30도 이상으로 보이는 급경사 길은 수많은 계단으로 이어진다.
하늘을 찌를듯한 잎갈나무 숲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며 내려온다. 그 길은 짧았으나 어제 먹었던 아니 새벽까지 캔맥주를 먹었던 알콜이 땀으로 분해되고 있었다.
거북이 쉼터가 나왔다. 그리고 임도로 이동하였다. 막걸리를 먹기 위해서다. 쉼터로 이어지는 길에 땀은 순간 마르고 한기가 들었다. 임도 길이니 차도 다녔다. 임도를 걸으니 그나마 뭉쳤던 종아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쉼터에서 어묵과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아직 올라오지 못한 일행들을 기다리며 한참을 쉬었다.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힘겹게 올라온 이도 있다. 쉬면서 막걸리로 기분을 전환하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은 가까웠지만 올라온 만큼 경사는 같았다. 참나무 숲이 반겨준다. 버섯이 많을 것 같은 숲으로 울창하다.
그것도 잠시 완만한 능선에는 은빛 물결로 억새가 하늘거린다. 제주의 오름에 오르는 기분이다. 나무는 사라지고 억새만 물결친다. 정상 표지석에 인증사진을 남기려고 줄을 이었다. 그 너머 물웅덩이가 보였다. 사람들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수문장처럼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를 지나 소용돌이치듯 아래로 내려가니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까만 눈동자 같은 신비한 웅덩이는 푸른 하늘을 머금고 있다. 위를 오려보니 파란 하늘 아래 은빛 세상이다. 더없이 좋은 풍경이다. 한 바퀴 돌아 다시 정상에 오르니 능선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세상의 중심 위에 서 있다.
하강의 세상은 빠르다. 단풍이 아직 멀어 푸른 숲속을 따라 올라왔던 만큼 험한 길을 지그재그로 따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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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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