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을 찾아 만복대로 향했다.
처서가 지났지만 폭염은 지속되었다. 이런 날씨에 산행이란 다를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성삼재에 오르니 기온은 26도로 낮아졌다. 시원하지는 않지만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였다.
1,000고지에 시작되는 산행이지만 고리봉(1,241m)으로 오르는 길은 힘들다. 바위틈에 삐져나온 소나무의 뿌리들이 늙은이의 손마디를 닮았다. 그리고 지난 태풍의 흔적으로 소나무의 굵은 가지들이 부러지고 찢어지고 고사한 가지들이 즐비하다. 지면에는 붉은 입술에 흰 쌀알을 머금고 있는 며느리밥풀이 지고 피기를 반복하고 있다.
곰 출연 주의 현수막이 지루할 틈 없이 설치하였다. 먹이를 주지 말라 이빨 썩는다. 곰과 마주치면 무시하라 만날 수 없는 곰에 대한 안내는 더 만나지 않을까 기대감을 준다. 막상 곰과 마주치면 어떤 기분일까. 서로 놀래 바라만 보다 나도 가고 곰도 가고 그렇지 않을까.
고리봉에 오르자 억세가 피기 시작했다. 가을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늘에 안개가 끼어 성삼재와 시암재가 흐릿하다.
마주한 반야봉도 구름에 가렸다. 묘봉치까지 하강한다. 숲은 다양하게 변한다. 바위에 붙어사는 바위떡풀은 꽃이 지고 참나무와 물푸레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묘봉치에서 만복대(1,438m)까지 2.3km를 다시 올라간다.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벗어나자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하늘거리는 억새에 수리취, 어수리, 고려엉겅퀴, 마타리가 피었고 둥근이질풀이 방긋거린다. 바위틈에는 산오이풀이 타래를 틀고 있다.
우뚝 솟은 정상은 다른 지점들을 하강시킨다. 조망점에서 바라보는 능선은 사선으로 내려가 구례와 남원 뜰에서 다시 오른다. 구름과 가까이 있듯 잠자리도 쉬고 있다.
삶은 달걀 두 알을 까먹고 내려왔다. 내려오니 주차된 차량은 사라지고 내 차만 덩그러니 남았다.
산
지리산 만복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