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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장군봉

by 허허도사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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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장군봉 두 아들과 함께 조계산으로 들어섰다. 초등학교때 아장거리며 올랐던 길은 이제 성인이 되어 나보다 더 잘 오른다. 그 거리만큼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선암사 강선루를 지나고 흐르는 물을 따라 승탑밭을 지나 숲으로 이어진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삼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빛조차 내려오지 못했다. 내 몸뚱이보다 큰 삼나무는 천년을 같이한 산문을 조용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 고요했다. 그 수명은 천년을 더하겠지만 나와의 교감은 침묵하고 있다. 얼었어야 할 계곡물은 천천히 흐르고 있다.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눈에 덮인 길은 그 길이 아닌 듯 틀어지고 다시 찾아 길을 걷는다. 누군가의 잘못된 이정표를 따라야 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을 조금이나마 빨리 수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시간이 걸렸다. 지금껏 그랬기에 조금 느린 삶을 살고 있다. 그 불편함이 나쁘지 않았다. 보통의 삶이 그러하듯.
파란 하늘에 매끄러운 가지들이 실핏줄처럼 뻗었다. 굴목재로 향한다. 산으로 들어선 이상 숲과 함께 한다.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를 들으며 세찬 바람에 얼굴을 부대끼고 나무들도 덩달아 춤을 춘다. 오를수록 두터운 외투는 불편을 자극한다. 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땀은 흘러내린다. 큰아들 급해진 등산로를 바라보며 산이 이상하다고 한다. 그리고 다리가 떨린다. 벌써 다리가 풀려버린 듯 흔들린다. 큰아들은 심장에 재세동기를 삽입한 이후 과격한 운동을 안 했다. 아마 숨쉬기만 한 듯하다. 작년에 해파랑길을 걷고 다시는 걷지 말자고 하였다. 그래서 다음부터 둘레길을 걷자고 한다.
굴목재에 가까울수록 길은 험하다. 바위들이 솟구치고 경사도 심해진다. 아들 산이 이상하다고 한다. 기울어졌다고 한다. 그 길은 순간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굴목재에서 보리밥집까지 한없이 내려간다. 응달진 곳에 눈이 쌓여 발길이 미끄럽다. 계곡물 소리가 경쾌하다.
원조집으로 들어섰다. 본동은 만석으로 마당 건너 하우스에 서너 자리 남았다.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하니 진동벨을 주신다. 보리밥과 파전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동동주 한 사발 추위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두 아들과 한잔하니 흥에 취한 주인장이 솔잎주를 덤으로 한 사발 가져오신다. 솔향이 가득한 과일주는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은 듯하여 혼자 마셨다. 그 덕에 장군봉으로 향하는 오르막을 냅다 달렸다.
굴목재로 되돌아와 장군봉이 멀지 않아 아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까지는 900m 경사가 심하다. 솔잎주에 취해 정상까지 단숨에 올랐다. 배바위를 지난다. 헐벗은 길은 정상까지 이어지고 정상에는 장군봉 888m 표지석이 설치되었다. 그 아래 조그만 호박돌에 884m 그동안 4m가 솟았다. 상고대가 피기에는 낮은 산임에도 약간의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로 눈은 흔적도 없다. 바람이 차다. 대각암쪽으로 내려간다. 경사진 길에는 눈이 쌓여 미끄럽다. 아들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휘청거리고 있다. 넘어질 듯 하며 그래도 대각암까지 잘 내려왔다.
선암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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