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월산

by 허허도사 2023. 12. 4.
728x90

담양 추월산
23년 전 월하정인 임신 7개월 몸으로 추월산으로 올랐다. 그리고 다음 날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만큼 힘들었을 것을 보리암으로 향했던 등산로는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고 첫 방문처럼 새로웠다. 그 당시 좁은 계단을 밟고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계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새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 몸으로 어찌 올랐나 생각이 들었다. 천 개의 계단 길.
춥다던 날씨는 비가 올 것같이 잔뜩 흐렸다. 담양호를 따라가는 길은 카페와 식당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주차하고 위를 보니 절벽에는 폭포처럼 얼음이 얼어있다. 보리암이 조그맣게 보인다. 단풍나무는 아직도 붉게 물들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숲은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잎은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르니 땀이 질끈 흐른다. 그리고 돌들 사이를 비집고 올라간다. 추월동굴을 지나 테크로 만든 계단이 이어진다. 천 개의 계단의 시작이었다. 보림암까지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으며 곡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담양호가 보이고 위로는 기암절벽 위로 보리암이 보인다. 그리고 바위틈에 자란 소나무 들이 눈을 호강시켜 준다. 추월산은 겨울에 와야 그 풍광을 느낄 수 있겠다. 여름이면 원시림의 나뭇잎들로 가려버릴 것이다. 계단은 속도를 느리게 하였다. 그리고 쉬어가게 만든다. 협곡 사이를 비집고 올라가는 길은 현기증이 나올 정도다. 계단은 끝나고 보리암으로 들어섰다. 보림암으로 이어지는 길은 협소하다. 그리고 낭떠러지다. 잔설이 보이고 바위에는 얼음이 얼었다.


보리암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1983년 복원하였다고 한다. 그 흔한 문화재는 보이지 않는다. 백양사의 말사이며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였다.
스님이 지리산에 머물 때, 전국의 좋은 땅을 찾기 위해 나무로 세 마리의 매를 만들어 날려 보냈더니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터에 또 한 마리는 장성 백양사 터에 나머지 한 마리는 추월산 보리암 터에 앉아 이곳에 절을 짓게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법당 앞 드므처럼 보이는 큰 솥이 있다. 순창에 살았던 기생이 사람들을 동원하여 절 아래에 있는 굴까지는 운반하였으나, 절벽 때문에 더 이상 옮길 수 없어 애를 태웠는데, 이튿날 보니 불력(佛力)으로 솥이 절에 옮겨져 있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보리암에 관음굴로 내려가는 길목 사랑의 나무가 있다. 700년 묵은 느티나무가 두 갈래로 자라고 있다. 쉼터를 지나 관음굴까지 또한 계단으로 이어진다. 내려가는 동안 진눈깨비가 내린다. 뭔가 있을 것 같은 관음굴은 추월동굴과 별반 차이 없이 불상 하나 놓여있었다. 보리암을 올려보니 절벽 위에 전각을 세우는 일도 불력이겠다. 쉼터에는 무인카페다. 차가 준비되어 있다. 여유가 있으면 담양호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부려보겠으나 벌써 3시다.


보리암에서 산행을 마칠까 생각했다. 올라왔던 계단에 힘이 다했기에 내려가고 싶었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월하정인 직진한다. 이곳에서 끝날 것 같던 계단은 300m를 더해 보 리암정상에서 끝이 났다. 고민하지 않고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은 능선을 타고 가리라 생각했지만 3개의 봉을 넘었다. 암석으로 된 길은 돌출된 바위들로 걸음은 지체되었다. 3.5km의 짧은 거리는 두 시간을 넘기며 도착했다. 731m 추월산 정상에서 담양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다시 천 개의 계단을 밟고 내려오니 해가 진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운산  (0) 2024.02.20
조계산 장군봉  (0) 2024.01.11
백암산 상황봉  (0) 2023.11.28
형제봉 출렁다리  (0) 2023.10.19
무등산  (0)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