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를 생각했다면 순천만은 잿빛 바다다. 물이 들 때 거품을 일렁이며 흙탕물이 밀려온다. 그리고 썰물 때 갯골을 드러내며 곱디고운 벌을 남긴 채 물은 멀리멀리 물러난다. 드넓은 갯벌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다. 칠게와 농게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그사이를 짱뚱어가 뛰어논다. 그 위 포식자들이 호시탐탐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다. 물새들은 밀려가는 파도를 따라 깊숙이 들어간다. 그 길을 따라 뻘배도 아낙들을 싣고 멀리 간다. 허벅지가 빠지도록 밀고 밀어 촘촘한 발 속으로 사라진다. 어부들은 갯벌 위에 촘촘한 발을 꽂아 밭을 만들었다. 썰물 때 올라왔던 갯것들은 발에 걸려 한곳으로 모여든다. 대야 한가득 차오르면 뻘배는 다시 뭍으로 나온다. 그것들을 손질하여 망에 담아 냉동차에 실어내면 조업은 끝이 난다. 여름 내내 무한 반복이다. 그만큼 잡아도 그만큼 차니 바다는 요술램프다. 바지선에는 교체할 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거차뻘배체험장 식당에는 칠게 비빔밥이 있다. 칠게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한 손님들 통째로 나오나요 한다. 토하젓처럼 칠게를 곱게 갈아 적당한 양념을 가미한 장이다. 칠게 내장의 특유한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쌀밥에 비벼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밥알과 썩여 묘하게 변한다. 그 맛은 뭐라 표현이 어렵다. 그냥 찾아와 맛보시라. 아랫장 61호 전집에서 칠게 튀김을 한다. 밀가루 반죽에 살짝 담가 통째로 튀겨진 칠게는 바삭한 감칠맛에 순식간 한 접시를 비운다. 그 맛은 막걸리를 곁들여야 한다. 어릴 적 집집마다 작은 단지에 간장게장처럼 칠게장을 담아놓았다. 찬밥에 물을 말아 짭조름한 칠게장에 후루룩 들이키고 나가 놀았다. 따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길가에는 괴물처럼 보이는 대갱이가 꼬챙이에 매달려 햇볕에 마르고 있다. 이 또한 별미다. 살짝 구워 방망이로 두들겨 살을 발라 간단한 양념에 버무리면 단짠에 젓가락이 절로 간다. 그리고 구워 먹으면 노가리와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맥주 안주로도 좋다.
촘촘한 발에 걸려든 갯것들은 작은 칠게에서 숭어까지 다양하다. 그 쓸모는 그것들이 살아있음이다. 몇 해 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금천 물양장에서 어르신이 맛있게 먹으라고 숭어를 주신다. 칠게와 낚지는 그 쓸모가 있지만 숭어는 천덕꾸러기다. 또한 머리가 축 처진 청둥오리 한 마리가 함지박에 걸쳐있다. 오리들은 조개를 먹어 치우는 유해 조류다. 오리 피를 맛보란다. 예전 오리 피는 혈관 질환을 개선하는 보약처럼 여겼다. 월하정인 뭔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