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15.
신안 자전거길을 달릴까 아니면 지리산둘레길을 걸을까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섬진강 범람으로 수혜로 복구중인 곳을 지날지 모를 생각에 시골집으로 향했다. 계곡에는 피서를 즐기는 이들이 거침없이 올라왔다. 취사를 하지 말라는 문구도 무시하고 돼지기름을 남발하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무등산을 오르려고 한다.
상상수목원에서 규봉암 장불재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로 화순 이서면 영평마을 옆 상상수목원으로 출발하였다. 지나가는 길 광복절 태극기는 보이지 않았다.
상상수목원에 도착하니 거대한 포크레인이 길을 막고 있다. 차에서 내리니 길 위엔 굵은 자갈이 차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넘쳐있었다. 일하시는 분이 무등산에 오르는 길이 많이 패여 조심하란다. 등산로 입구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좁은 계곡에는 물이 넘치고 황토가 패여 벌겋다. 그리고 굵은 돌들이 가득하다. 깔아놓은 야자매트는 씻겨나가고 없다.
등산로를 들어서자 숲은 짙었다. 월하정인 연두연두 하더니 초록초록으로 변했단다. 날은 무척 더웠다. 숨이 컥컥 막혔다. 규봉암까지는 오르막길이다. 계단이 많다. 초반 컨디션 조절을 못했는지 고작 700m 올랐지만 다리가 뭉치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월하정인 내가 지친모습으로 보였는지 자주 뒤를 바라본다. 오르막길에서 이렇게 뒤쳐져 보기는 처음이다.
도원마을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에서 쉬어간다. 도원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은 목포에서 시무지기폭포를 구경하러 왔단다. 우리부부를 보고 같이 등산할 수 있어 좋겠단다. 남편이 등산을 싫어하여 혼자 왔단다. 상상수목원에서 길을 못 찾아 이곳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래서 규봉암까지 일행이 되었다. 규봉암까지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지칠 대로 치진 나는 숫자를 세며 올라간다. 그렇게 100까지 또 100까지를 반복하다보면 규봉암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규봉암은 계절마다 변한다. 오늘은 쾌청한 파란하늘 아래 밝게 빛난다.
일행은 규봉암에서 헤어져 시무지기폭포로 향하고 우리는 장불재로 향했다. 너덜지대를 지나며 백마능선을 바라보는 풍경은 시원하다. 800고지를 걷기에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이곳에 집터가 있다면 주저 않고 싶을 정도다. 다리가 조금 풀린 듯하다. 길섶에 다양한 들꽃이 피었다. 그중 뻐꾹나리가 있기에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이가 무슨 꽃이냐고 묻기에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하니, 사진에 담는다. 물봉선, 짚신나물, 술패랭이 등등 하나하나 담아보니 장불재다.
장불재 장의자에 자리를 잡고 무등산을 바라본다. 장불재 표지석에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정상 서석대에 움직임이 보인다. 그곳에 가면 호범꼬리가 군락을 이뤄 하늘하늘 춤을 추겠지만 오늘은 못가겠다. 몸이 적응이 되었지만 시골집에 기다리는 처남내 식구들이 있어 무리하지 않고 되돌아간다.
장불재를 내려와 규봉암을 지나자. 규봉암에서 헤어졌던 일행을 만났다. 시무지기폭포를 구경하니 생각보다 물량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비가 오나 안 오나 황상 그 수준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영평마을로 내려가 도원마을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 것 같아 내려가지 않고 다시 올라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와 동행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까웠다.
시무지기폭포를 사진에 담고 숲을 들어서니 어둑하다. 매번 하산 길은 지루하다. 그 길이 짧다고 느껴지는 순간 시간은 더디게 가는 듯하다. 숲을 벗어나 상상수목원 임도에 접하니 처참하다. 지난 폭우에 난장판이 되었다.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복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패이고 온통 자갈밭이 되었다. 상상수목원에 도착하니 도로 위는 숨이 턱 막히는 불볕더위다. 남은 얼음물을 다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불재에서 헬기작업으로 물매화 군락지는 가보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