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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 둘레길

by 허허도사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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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27.

 

코로나 19로 두 번째 여행을 포기하였다.

거문도 12일을 준비하였지만 코로나19로 영행객 감소로 배가 하루에 1번 운행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침에 운행한다고 하여 결국 취소하였다.

 

어제 과음으로 늦게 일어나 보니 월하정이 단단히 뿔이 나있다. 거문도행이 취소되어 밤새 고흥에 있는 섬을 검색하였다고 한다. 시산도에서 1박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결국 쑥섬을 가자고 하였다. 동백꽃이 길 한가득 떨어진 풍경을 보고자 한시간반을 달려 나로도항에 도착하니 여객선터미널 입구에는 A4용지에 코로나19로 쑥섬휴장이라는 안내표지가 붙어있다. 그냥 말없이 나왔다.

 

다시 방향을 돌려 팔영대교로 향했다. 최근 개통된 섬섬백리길을 달려보고자 했다. 섬섬백리길은 화양면에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까지 연결하여 팔영대교를 거쳐 고흥까지 이어진다.

 

20186월 팔영대교를 개통으로 적금도를 둘러보았다. 그때 낭도를 잇는 다리가 공사 중이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 적금도 행정구역이 고흥이 아닌 여수여서 놀랐다. 조용한 작은 섬마을이었지만 도로가 연결되고 버스가 다니며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낮선 이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어수선하다. 섬 위로 차가 달리는 형상이니 조금 낮설다.

 

오늘 금요일이지만 신설된 도로에는 많은 차들이 보였다. 대부분 초행길인 듯 방향을 못 잡는 차들이다. 적금도를 지나 낭도에 들어서니 도로는 파헤쳐지며 예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20168월 백야도에서 배를 타고 선착장에 들어서 상산을 등산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때 조용하였던 마을이 이젠 주차된 차들로 통행이 불편할 정도다.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다. 전라남도에서 가보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어 많은 변화가 있었나 보다. 선착장 주차장에 낭도 둘레길 알림판이 있어 살펴보니 등산로 외 해안가로 1구간과 2구간으로 나누어 조성되었다. 둘레길을 걷기위해 남쪽 도로끝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주차를 하니 사도가 코앞이다. 머지않아 사도까지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둘레1길 낭도중학교에서 천선대, 신선대를 건쳐 산타바오거리까지 50분이 소요된단다. 우리는 주차장과 가까운 산타바오거리에서 시작하였다. 이정표를 따라 해안가로 들어서니 갯냄새가 코를 찌른다. 거친 파도소리가 들리며 해안절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숲은 사스피레나무 군락지로 꽃이 만개하여 뚝뚝 떨어지고 있다. 남해 도서지방 답게 숲은 빛도 내리지 않았고 도깨비고비 등 양치식물들이 지면에 자라며 송악처럼 덩굴식물들이 나무를 타고 있다. 난에는 꽃대가 풍성하다. 드문드문 키큰 해송이보이며 그 아랜 거친 파도에 흰 포말이 선명하다.

산타바해변 추도와 사도가 보인다.

천선대로 내려간다. 바다가 시원하게 드리운다. 파도는 갯바위를 치고 솟아오른다. 그 높이가 아찔하다. 이곳 바위들은 주상절리처럼 바위가 깍아지며 바닥은 용암이 흐른 듯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월하정인 겁도 없이 파도가 치는 갯바위를 서성거리더니 커다란 바위위에 누워있다. 바닷가 바위에 누워보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떨어질까 걱정하였다. 영화에 나오는 황량한 행성의 어느 지점처럼 특이한 지형에 사진을 담아보았다. 사도는 옆에 붙어있는 듯 보인다.

다시 둘레길로 들어서 조금 들어서니 신선대가 나온다. 신선대는 신선이 살만한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주상절리, 쌍용굴, 신선샘이 있다고 하나 샘은 찾지를 못했다. 천선대와 사뭇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더 거칠고 웅장하다. 시커먼 바다에 잠긴 갯바위는 평평하게 드리우며 깊게 골이 파인 채 파도에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파도의 흰 포말에 대비가 된다. 파도소리와 크기에 주눅이 들어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월하정인은 파도와 점덤 가까이 다가간다. 멀리서 보는 나는 불안했다. 거대한 파도와 함께 달려 갈까봐. 월하정인은 신선샘을 찾는다고 해매였지만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만 보일 뿐 이였다.

다시 둘레길로 들어서니 유체밭이 나왔다.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파란하늘 아래로 보이는 노란색은 선명하게 대비된다. 그 위를 걸으니 한 폭의 그림 같다. 유채의 독특한 꽃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둘레길은 방파제로 내려와 낭도중학교를 지나 산타바오거리로 되돌아온다. 묵은 논과 밭 사이 마늘이 잘 자라고 있다. 높은 돌담을 사이로 집들 몇 채 보였으나 비어있고 낡았으며 돌담은 무너지고 있었다. 분홍빛 복숭아꽃이 만개하여 삭막함을 둔화시킨다.

둘레길2길 산타바오거리에서 역기미삼거리까지 약 1시간 소요된다. 그리고 둘레3길 역기미삼거리에서 규포선착장까지 40분이 소요 된단다. 장사금해수욕장 가는 길은 돌담을 쌓았다. 해수욕장을 쓸쓸하기만 하다. 모래사장은 평온하였지만 거친 파도는 이곳에서도 요동을 치고 있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지형이 바뀐다. 시커먼 바위는 현무암처럼 시커멓고 거대한 알처럼 둥글둥글하다. 제주 바닷가를 연상케 하였다. 널찍한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여전히 사도가 보였다. 파도소리가 철썩하고 쉼 없이 이어진다. 공룡이 성큼성큼 걸어 올라올 것 같은 날씨다.

다시 둘레길로 들어선다. 빨간 진달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숲은 남도의 섬 답게 사스피레나무로 빽빽하다. 키작은 아열대 수림이이다. 조성된 길은 1~1.5미터 남짓 두사람이 걷기에 여유롭게 닦여있다. 반달모양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규포선착장까지 바닷가를 돌며 오르락내리락 반복된다. 상수원지를 지나 역기미삼거리는 상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갈림길이 있다. 지나가는 내내 춘난과 자란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들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남산제비꽃은 은은한 향기까지 더했다.

조금 지루하다 싶을 때 돌담도 보이고 대나무가 보이며 규포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선착창은 마을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별다른 시설이 없다. 나머지 구간은 도로였기에 상산 등산로를 타고 넘어가기로 하였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계단은 정상까지 천개도 넘는듯하였다. 중간 중간 쉬면서 섬들이 연결되는 다리를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토목기술의 집합체를 보는 듯 각기 모양이 다른 다리들이 백야도까지 이어졌다.

상산(278.9m)에 도착하니 4년전 걸었던 길을 생각해보니 기억도 안 난다. 내려오는 길목 커다란 소나무에 다다르자 어렴풋이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도 소나무가지 너머 사도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다. 소나무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었다. 자연석쉼터를 지나자 아래로 예전 걸었던 시멘트포장길이 보인다. 시간이 제법 흘러 빨리 차가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시멘트포장길에 접어들어 여산마을 반대방향으로 돌아 내려오니 길이 끊긴다. 야생물이 다니던 흔적을 따라 내려오니 산타바오길로 연결되어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다.

여산마을에서 낭도젓샘막걸리를 구입하고 섬섬백리길을 달려 순천으로 되돌아오니 저녁 7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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