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24.(수)
달마고도 두 번째
2018.10.8. 처음 달마고도를 걸었다. 그때는 가을철로 해가 짧아 마지막구간 3km를 어둡운 길을 구보하다 싶이 달렸다. 지금은 해가 길어 여유있게 걸을 수 있겠다 싶어 다시 걸어보기로 한다.
순천에서 해남 미황사까지 조금 속도를 내어도 1시간 30분이상 걸린다. 오전에 준비하고 미황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다. 늦은 산행이다. 달마고도 총길이가 약 18km 6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겠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수많은 계단을 올라 일주문옆에 설치된 달마고도 안내판앞에 도착하 부부가 한참을 대화한다. 가까이 다가서자 도솔암가는 길을 묻는다. 이정표에 5km가 부담이 되었는지 차가 올라갈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주차장이 있으나 산행이 아니니 그렇게 힘이 들지 않으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몸상태가 좋지않다고 차량으로 이동하겠다고 한다. 도솔암 오르는 길목에서 월하정인에게 이분들 만날 수 있겠다고 했는데 만났습니다. 도솔암을 한참 오르고 있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올려다 보니 두분이 내려옵니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벌써 왔냐며 무척 빠르게 왔다고 하며 샘을 구경하려고 내려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샘은 없고 물통만 있다고 하니 그래도 확인하고 싶다고 내려갑니다. 만남이란게 신기할 뿐입니다.
지난가을 시계방향으로 1구간에서 4구간을 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방향으로 돌아볼 참이다.
미황사 입구 우측으로 목교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한다. 굳이 목교를 건너 걷는 것이 무미할 정도로 바로 임도길과 합류하였다. 이길은 미황사천년역사길과도 같이 한다. 임도길은 그리 길지 않은 곳에서 벗어나 숲으로 향한다.
하늘은 장마철의 영향으로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듯한 날씨다. 습도도 높으며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른다. 달마산 정상은 구름으로 덮여 보이지 않으며 간간히 안개가 지나갔다. 초입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지만 이내 멈춰 후덥지근 하였다.
키큰 나무숲으로 들어서니 풋냄새라고 할까 상큼한 숲향기가 가득하다. 지난 태풍의 영향으로 잔가지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비바람일까 습한기운 탓에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바닥은 축축하고 미끄럽지만 그래도 좋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사각거리는 소리, 숲속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초입부터 설래인다. 급하게 힘을 쓰며 올라가지 않고 무리하지 않아 서서히 오르니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다. 월하정인은 좋다 좋다를 연발하며 잔잔한 대화를 이어간다. 나오면 이렇게 좋은데 하며...항상 긍정적이다.
남도 해안숲 답게 늘푸른 나무숲으로 동백, 사스피레나무에서 키큰 떨기나무 참나무류 까지 다양하다. 지면에는 송악과 마삭줄이 얽혀있고 남오미자, 자금우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상록수림은 햇볕을 차단한채 어둡다. 편백향이 진하게 나오는 삼나무숲을 지날때면 가슴속 깊이 들어마신다. 그렇게 숲과 더불어 겉다 보니 도솔암 입구다.
도솔암까지 200미터 그냥 지나칠수 없어 경유하였다. 안개로 인해 바닥에는 물기가 있으며 돌로만든 계단길은 지난비로 인해 패이고 돌들이 나뒹군다. 200m 짧은 거리지만 한참을 오른 듯 하다. 지그재그 가파른 길을 따라 위를 보니 안개사이로 거대한 바위틈으로 도솔암이 희미하게 보인다. 안개낀 산은 무채색으로 흑백사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우측으로 들어서 삼성각에 들려 도솔암을 올려다보았다. 안개가 심하여 뭐하나 제대로 보이는 것 없이 신선계에 들어온 기분이다. 바위틈에 돌로 옹벽을 만들어 손바닥 만한 지대에 두칸짜리 맛배지붕을 엊은 전각이 도솔암이다. 앞을보니 거대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다. 날카롭게 솟은 암봉은 짙은 안개속에서도 선명하다. 바위에는 바위채송화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도솔암을 내려와 둘레길과 만나니 3구간이다. 아직도 10km가 더 남았다. 첫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사암인가 흰 바위덩이들이 강을 이룬다. 뒤로는 운무에 가린 달마산과 아래 간척지대 초록 논밭과 빨간색 지붕이 많은 마을이 보인다. 구리고 그넘어 바다다. 이제부턴 좁은 오솔길을 따라간다. 비렁길처럼 제법 가파르게 변하고 북쪽사면을 돌아 남쪽사면을 따라 간다. 길섶에는 비비추가 꽃대를 높이 세우고 통통한 보라색 꽃을 대여섯송이 꽃차례를 피운다. 원추리도 가끔보였다. 성곽처럼 돌을 쌓아놓아 산성을 밟는 기분도 들었다. 널덜지대를 몇차례 지나 이제는 동쪽사면을 따라 걷는다. 암자터인 듯 대밭도 지나간다. 중간지점을 돌아 이제는 도착지가 짧아진다. 너덜지대 적당한곳에서 김밤을 먹는다. 처음으로 앉아 휴식을 취했다. 긴 너덜지대를 바라보며 김밥도 허기만큼 순식간에 사라진다.
다시 길을 걷는다. 이제 그길이 그길인 듯 변화없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서 미황사가 나오기를 바랄뿐이다. 4km 남짓 이정표를 보는 순간 한시간이면 도착하겠지 하던 길은 고작 1km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쯤에서 둠벙이 보였는데 생각했지만 한참을 더 지나 만날 수 있었다. 예전 집터나 아니면 암자터 정도는 될 것이다. 조금 지치니 아무생각없이 지나친다. 또하나의 너덜을 지나 2km 남짓 숲은 정글같이 변한다. 바닥은 물이 흐르고 바위들도 축축하다. 오후 5시가 넘는 시간 숲속이라 더욱 그랬다.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정도 어두웠다. 마지막 너덜이던가 뒤로 바위산이 두세개 솟아있으며 구름이 절반쯤 걸치고 있다. 한폭의 산수화처럼 그리고 임도길을 만나고 다시 마지막 미황사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숲속에 나무를 심는 어이없는 현장을 보았다. 잡목들을 모두 베어버리며 굳이 황칠이며 단풍나무를 심어 숲가꾸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자연이 공존하며 이렇게 풍성한 숲을 만들었는데 깊은 산속까지 나무를 운반하느라 고생했겠다.
숲은 더욱 어두워졌으며 바로 앞 미황사다. 달마고도 안내도가 설치된 그곳에 도착하니 저녁 6시30분이다. 해는 길었지만 피곤하여 산사 구경은 생각지도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