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계산 장군봉

by 허허도사 2022. 2. 16.
728x90

조계산 장군봉
접치재에서 장군봉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숲은 주었지만 우리는 쓰레기를 안겨주었다. 마스크가 지천이다. 귤껍질, 나무젓가락, 물병 등등
한 달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산속은 흙바람이다. 수도 없이 찍힌 등산화 자국에 흙은 미세하게 날렸다. 그 바람에 나무뿌리는 계단처럼 변하고 돌들이 유난히 돋아 보였다.
바람, 새소리, 저멀리 고속도로에서 올라오는 자동차 소리 등 산속임에도 온갖 잡소리가 들렸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도 그 녀석은 제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다.
깊게 드러난 나무뿌리가 곧 쓰러질 것 같다. 예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내가 밟은 땅에 부엽토가 사라지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지금도 더 깊게 파이고 있다. 국립공원이 된다면 좀 더 달라질까.
오랜만의 산행인지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나이 탓은 아니겠지 한 살을 먹긴 먹었어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늦은 걸음 탓에 잡생각만 이어진다. 무상무념의 세계가 있다면 아마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리라.
가파른 고개를 넘어 땀이 흥건하게 배어나올 쯤 잡념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땀이 식자 어서 되돌아가자고 한다.
가막살나무, 작살나무 등등 이름표를 보아야 알 수 있는 나무와 노린재나무, 당단풍나무 표피를 보고도 알 수 있는 표찰이 붙어있는 나무와 그 외 이름 없는 잡목들이다. 나 또한 이름 없는 한사람이다.
나뭇가지만 앙상한 겨울 숲 초록이 없는 숲은 회색지대다. 고산지대 졸참나무 신갈나무 군락지를 지나자 장군봉이 눈앞에 보인다. 마지막 80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상봉으로 갈수록 길은 등산객들의 방향에 따라 넓게 패이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자 888m 새로 설치한 표지석이 있고 그 아래 작은 표지석에 884m다 순간 4m가 솟았다. 요란스럽게 표지석까지 올라가 굳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탁한 공기에 산능선은 겹겹이 멀리 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능선을 따라 선암사로 내려갈까 아니면 송광사로 내려갈까 하다. 짧은 산행을 하고자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도삼백리(천년불심길)  (0) 2022.06.13
뒷산  (0) 2022.06.01
백운산  (1) 2021.12.02
용궐산  (0) 2021.11.30
금오산  (0)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