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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by 허허도사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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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첫눈이 내리던 날 눈꽃산행을 하였다.

월하정인 계획이 다 있었구나 한다.

전날 비 소식에 높은 산에는 눈이 내리겠다는 설정하에 하루 연가를 냈다. 그런데 아침까지 비가 내린다고 한다. 하지만 창밖으로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다.

가까이 1,000고지의 산이라곤 광양 백운산이 있다. 가장 단거리 탐방로를 찾아 옥룡면 진틀마을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10여 대의 차량이 있었다.

하늘은 뿌옇고 바람이 거칠다. 흩날리는 눈은 내리는 건지 아니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잔뜩 흐린 날씨론 하늘에서 내린 눈이다.

계곡에는 물소리가 들린다. 초겨울 계곡물이 얼려면 한참 멀었다. 갈수록 계곡도 어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깊이 얼지도 않는다. 눈 속에 묻힌 등산로를 더듬어 산행을 하려니 배로 힘이 들었다. 계곡의 바위 사이로 비집고 한발 한발 더디게 올라간다. 또한 눈발에 앞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진틀삼거리까지 눈은 그치지 않았다.

눈이 쌓인 산속은 고요하다. 그래서인지 계곡의 물소리는 우레와 같이 들리고 바람소리는 제트기 소리처럼 귓가를 스치고 올라간다.

계곡을 건너 급한 오르막길을 걷는다. 바람에 쓸린 눈을 보더니 꼭 빗자루로 쓸었던 것 같다고 월하정인이 말한다.

벌써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등산객이 바람이 불어 힘들다고 한다. 오르는 내내 바람에 휘청거린다. 내려올 때 보니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오르는 백운산이지만 오늘따라 낮설다. 벌써 일 년이 넘었나 보다.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가파른 산등성은 수많은 발자국으로 넓게 파 해쳐있다. 돌들과 뿌리가 들어난 길이다. 수직의 길은 지그재그로 걷게 한다. 최대한 장애물을 피해 걷다 보니 피로도가 높다.

정상을 800여 미터 앞에 두고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가지마다 눈꽃이 피기였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가지는 두텁게 눈꽃을 입고 하얀 세상으로 바뀐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극한 대비를 이루며 얼어붙은 눈이 바람에 떨어져 얼굴에 부딪친다.

산능선으로 접어들어 절정을 이룬다. 파란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구름이 지나간다. 손끝과 발끝이 얼어 찌릿하다.

상고대다. 바람결에 결을 이루고 자라고 있다. 나뭇가지에 칼날같이 날을 세우고 있다. 물결에 일렁이는 산호처럼 순록의 뿔처럼 자라고 있다. 바위에서도 흑백의 세상이다. 백운산 주능선을 따라 순백의 세상으로 변했다. 구름이 걷히는 순간 솜이불처럼 새하얀 세상이다.

정상으로 향한 월하정인 강한 바람에 휘청했다고 한다. 못 버티고 내려온다. 바위틈에 몸을 기댄 채 버티었지만 강한 바람에 잠시 머물다 내려왔다. 태풍보다 위력이 강해 눈 뜨기도 힘들 정도다. 그리고 얼굴이 마비될 정도로 칼바람이 불었다. 여유롭게 보아야 할 경치는 멀리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그 풍광은 카매라속 사진으로 감상하였다.

눈길에 힘을 주며 내려와 너덜지대를 터벅터벅 내려오니 오늘도 무릎이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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