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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삼백리(천년불심길)

by 허허도사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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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삼백리 천년불심길 송광사-선암사

101버스를 타고 서면농협에서 111번 버스로 환승하여 주암을 거쳐 송광사에 도착하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1,400원에 송광사 입구까지 간다는 게 염치가 없게 느껴졌고 참 좋은 세상이라 생각한다.

요즘 날씨가 구름이 끼어 흐린 날의 연속이다. 해가 쨍하고 비쳤지만 이내 구름에 가려버렸다.

송광사 입구 식당 앞에는 동동주가 어서오시오 하고 있다. 그 유혹을 뿌리치고 매표소를 지났다.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은 서비스로 지불하였다.

1년 만인가 송광사는 또다시 변하고 있다. 좁았던 길은 넓혀지고 자갈이 깔렸다. 숲속 계곡은 훤하게 변하고 웅장한 성보박물관이 개장되었다. 경내로 들어가 대웅전을 맞이하고 길을 재촉하였다.

천년불심길 이정표에 12km로 표기되어있다. 12km가 궁금하였다. 걸어보니 9km가 안 되었다. 3km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숲으로 들어섰다. 계곡에는 물소리가 약하게 들렸고 박석길 위로 키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가는 숲길은 자연 그 자체다. 인공 숲이 들어서지 않고 수종이 다른 나무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다. 그래서 좋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적당히 들려서 좋다. 나무들은 그들만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란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서로 경쟁하듯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잎들은 촘촘하여 생기가 있다. 긴 가뭄에도 끄덕없이.

소나무 보다는 활엽수가 더 많다. 참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등등 꽃과 향기가 좋은 때죽나무 흰 꽃으로 덮어버린 산딸나무와 층층나무 계곡 주위로 각종 들꽃들이 자란다. 지금을 피나물만 노란 꽃을 지우고 있다. 그리고 수국이 피기 시작한다.

송광사 굴목재까지 줄 곳 오르막이지만 완만하다. 오래전에 만났던 노부부는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마비가 왔단다. 그 후 이 길을 찾아 걷기 시작하였단다. 처음엔 입구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 되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반복하였단다. 그리고 일곱 만에 선암사로 넘을 수 있었단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걷지 못한 길은 없겠다.

보리밥집 삼거리에서 길을 바라보니 보리밥집으로 내려가는 길이 더 넓고 다져졌다. 월하정인 오늘은 보리밥집을 안 간다고 한다. 가져온 맥주로 대신 한단다.

굴목재로 오르는 길은 고되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간다. 빠르게 걷나 느리게 걷나 십 분도 차이나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느리게 걷다 보면 고개는 쉬이 넘어간다.

굴목재에서 월하정인 맥주를 꺼낸다. 수건으로 돌돌 말은 맥주는 성에가 끼었다. 아직 녹지 않았다. 땡땡 얼어있었다. 막걸리도 못 먹고 맥주도 못 먹게 생겼다. 다행히 두 캔 중 한 캔은 얼지 않아 둘이서 나눠 마셨다. 몇 년 전에도 얼린 맥주를 수건으로 돌돌 말았다. 캔은 녹지 않아 되가져간 적이 있다. 인생은 반복된 삶이다.

길을 이었다. 숲은 다시 한번 바뀐다. 빽빽했던 숲은 느슨해졌다. 키 작은 관목들로 그리고 지면에는 그늘사초가 하늘거린다. 계곡의 시작에 습지를 좋아하는 풀과 나무들로 자리를 잡고 있다. 철쭉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가뭄인지 아니면 들짐승인지 훼손된 곳도 모인다.

조금 내려오니 보리밥집이 보인다. 예전에 제일 손님들이 많았던 곳이 이제는 폐허가 되었다.

작은 굴목재로 올라간다. 또다시 계단길이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일행들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길건 짧건 똑같이 힘든 길이라는 것이. 힘들게 올라와 내려가는 기쁨이 있는다는 것이.

선암사까지 2.8km 남았다. 내리막길 또한 계단길이다. 딱딱한 돌을 밟으니 종아리가 아리다. 계곡 속으로 들어선 길은 어둑하다. 돌길을 걸었더니 그 길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 이제 숲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앞서가는 일행들 느린 걸음으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는다. 양보는 일도 없다. 비켜줄 생각이 전혀 없다. 말한들 뭐하겠나.

계곡을 이리저리 옮겼더니 이제 흙길이 보인다. 선암사가 멀지 않았다.

앞에 훤하게 비쳐오는 들판이 보인다. 그리고 편백숲이 길의 끝을 알린다. 선암사 가는 길을 따라 내려와 길을 마친다.

장안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버스를 이용하여 맛보는 즐거움이다. 파전에 막걸리를 시켰다. 옆 테이블을 보니 도토리무침을 먹는다. 월하정인 도토리무침으로 할까 하지만 이미 부쳤단다. 김치가 약간 들어간 파전이 고소하다. 두 병을 비우고 세 병째 먹고 있는데 안주가 없다며 도토리무침을 맛보라고 내주신다. 그 고마움에 버스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1번 버스를 타고 100번 버스로 환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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