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함양구간 금계-동강

by 허허도사 2021. 5. 21.
728x90

부처님 오시는 날 다시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지금까지 남원, 구례, 하동 구간을 완주하였다. 남원 인월-금계 구간을 마치고 구례에서 하동 위태까지 돌았다. 함안과 산청은 거리가 멀어 아니 멀다고 생각되어 조금 망설였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 오늘 시작하였다.

함안구간으로 금계-동강 11km(벽송사 경유 12.7km) 4시간 이내로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

휴일에는 늦잠을 자는 편으로 아침을 먹고 준비하니 12시다. 금계 지리산둘레길 안내소에 도착하니 오후130분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도 바뀌었다. 20124월 이후로 벌써 9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나도 변하고 주변도 변하고 있다.

날씨도 변했다. 요 며칠 쌀쌀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여름으로 변했다. 반팔차림에도 땀이 난다.

금계 지리산둘레길 함양안내센터에서 출발하였다. 늦게 출발하여 벽송사를 거치지 않고 아랫길 구간을 택하였다.

임천교를 지나 의중마을에서 이정표를 잘못 보아 마을 외곽으로 돌았다. 다행이 밭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아저씨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알려주었다.

지리산둘레길 이정표는 나무푯말과 바닥표시로 안내하고 있는데 이곳 구간에서 바닥표시가 없었다.

마을끝자락을 벗어나니 거대한 느티나무가 팔이 잘려 애처롭다. 설거지하는 아줌마가 이 더운 날에 길을 걷는다고 한다.

숲속으로 들어서니 때죽나무 꽃이 떨어져 바닥이 하얗다. 그리고 고광나무 꽃이 바람에 날린다. 숲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바뀌고 있다. 숲속으로 들어서니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매번 느끼지만 숲속을 걷는 기분은 녹색으로 인한 편안함과 흙의 감촉까지 더해 아늑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또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의 조화로움에 동화되는 것이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들에서 조그만 틈새로 밤하늘 별들처럼 빛이 들어온다.

조그만 오솔길에서 너덜지대를 지나고 울창한 소나무지대를 지나 한적한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계절이 바뀌었다. 준비해온 맥주로 목을 축였다. 월하정인 이곳 길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오길 잘했다고. 늦은 탐방로에는 우리 말고 두 팀이 더 있었다. 우리처럼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걷는 부부와 시끌벅적 떠들어대는 여자 둘 남자하나 그렇게 할 말이 많을까 했다.

조그만 데크길을 지나고 조금 더 걸었다. 숲은 끊기고 아스팔트 도로가 나왔다. 3.5km지점을 지나서였다. 모전마을에서 송죽교까지 4km를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한 여름 이였다면 욕이 나왔을 것이다.

모전마을 아래로 흐르는 용유담은 지리산을 유람하는 선인들이 여흥을 즐기던 곳이란다. 그래서 용유담이야기로 펜션단지를 조성하였다. 이곳은 옻나무와 호두나무가 유난히 많았다.

세동마을을 지나자 이곳도 송전마을펜션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길은 걷는데 초등학생과 같이 걷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길가 뽕나무에서 까맣게 익은 오디를 따먹는다. 아직 어린 아들은 어서 지루한 길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듯 별 관심 없어 보인다.

한참을 걷는데 계곡소리가 요란하다. 지리산이란 품에서 합쳐진 물은 임천으로 흘러내린다. 임천은 남강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간단다. 강물소리를 따라 가니 돌들이 지천이다. 물살에 길은 골을 내로 있는 바위부터 둥글게 닳아버린 조그만 돌들까지 그리고 목 좋은 곳은 어김없이 펜션이 자라잡고 있다.

아스팔트길은 송문교를 지나자 조그만 농로로 이어진다. 송문교 앞 석축아래 푯말이 보인다. 커피 / 무료입니다 / 한잔하세요 / 숙박하는 곳 아닙니다. / 영업하는 곳 아닙니다. / 셀프 → 」지친 나그네를 위해 무료로 물과 봉지커피를 준비해 둔 곳이 있다. 파라솔아래 커피가 박스가 놓여있었다. 물 한 모금 하고 쉬어간다. 쉼터를 만들어 놓은 주인장에게 고맙다.

아스팔트길을 걸었더니 발바닥이 아파온다. 3분의 2지점을 통과한다. 길은 콘크리트길로 바뀌고 강물은 운서마을을 휘감아 돌아간다. 길가에 살구나무가 심어졌다. 살구가 노랗게 익는 계절에 지나갔으면 하나씩 따먹으려 걸었을 것을 그때 다사 올까 한다.

운서마을을 지나자 고개 넘어 집 한 채가 보인다. 무얼 먹고 살려나 언덕길을 올라서니 다랑논이다. 아저씨는 트랙터를 손보고 아줌마는 논두렁을 손보고 있다. 수고하십니다. 하며 인사를 건너며 아이고 힘들겠어요. 하니 그냥 웃는다. 이 고개를 넘으면 종착지 동강마을이다. 트랭글에서 11km를 지난다는 알리는 알림소리가 들인다.

구슬박재를 넘어 내려가니 저수기가 보이며 다랑논에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그 뒤로 동강마을이 보인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사이로 마을회관이 자릴 잡았다. 마을 하천을 따라 내려가니 종점이자 동계-수철 시작점 이정표가 보인다. 트랭글 12.3km 3시간53분을 기록되었다.

버스시간표를 보니 1730분차가 있다. 원기마을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고 금계로 돌아왔다.

 

 

고광나무꽃
때죽꽃

 

 

모전마을
세동마을

 

 

운서마을

 

동강마을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