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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기억, 반복되는 기억, 눈으로 보고 인지할 수 있는 기억은 그만큼 느려지는 것인가. 수십 번을 지나쳤던 곳을 오늘에야 기억된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이고 들린다. 좁쌀만한 들꽃도 잘도 찾아낸다. 그것은 내가 꽃을 좋아해서다. 마을을 스케치하면서 특정 대상으로 눈에 들어온다.
이 마을은 자전거로 1년이면 한두 번은 지나치던 곳이다. 잠시 멈춰도 보았지만 이제야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여수시 율촌면에 위치한 반월마을이다.
「마을뒤 안개가 낄 때 앞바다에서 보면 반달같이 보인다. 하여 운중반월(雲中半月)이라고도 하였으며 바닷물이 만수가 되었을 때 지형이 반달모양 같다. 하여 반월이라 하였다. – 여수시홈페이지」
마을 앞으로 여자만을 반월처럼 휘감고 있다. 크게 변하지도 않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호미질을 하며 질퍽하게 놀고 있다.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햇볕에 투명하게 반짝이고 늘어진 하품을 하는 황구가 낯선 이방인을 격하게 반겨준다. 방파제에 구릿빛으로 그을린 사내들이 문절구 낚시에 대해 걸쭉하게 대화를 한다. 한참 문절구가 올라올 때다.
복촌마을까지 해안 도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중간에 데크길이 하늘을 날고 있다. 봄에는 유채꽃을 심어 꽃구경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