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미술관 연홍도와 미르마루 길을 걷는다.
바닷바람은 거칠었다. 어린아이들이 바람에 휘청거렸다.
고흥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에 도착 선양마을 선착장에서 연홍도로 배를 기다린다. 지척에 있는 거리다. 배로 5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바람이 거칠어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킨다. 성난 파도처럼 파도가 연이어 치고 있다. 소형 선박은 20여 명을 기준으로 실어 날랐다. 물이 무서운 나에게 약간의 공포심이 밀려왔다. 우리 일행은 50명이 넘어 세 번을 왕복했다.
연홍도는 이번이 네 번째이다. 벌써 6년 전이다.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마을을 가로질러 미술관으로 향했다. 여전히 담장에는 폐어구와 나무로 만들어 놓은 미술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은 깨끗했다. 그만큼 관리가 잘되고 있다.
미술관에 도착 전시품을 관람하였다. 관장님의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올해 마지막 전시로 그림과 판화 조각이 함께 전시하였으며 그림과 조각가는 동일 작품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들은 각자 도자기와 공예품과 그림을 같이 전시하고 있었다.
바다는 푸르렀다. 바로 앞 금당도가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다. 금당도는 완도에 속한 섬이다. 과거 연홍도가 돌산도에 속해있다고 하니 그 경계가 모호하다.
바닷가를 따라 좀바끝으로 향했다. 아르끝과 좀바끝 알 수 없는 단어를 생산하고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아열대 식물이 숲을 이루는 길은 아늑하였다. 길섶에는 붉은 동백이 엄지만큼 작게 피었다. 가시나무 군락지를 지나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았고 그 끝은 허무하였다. 해안으로 내려왔다. 바다는 잔잔하였고 포근하였다. 바다에 내린 윤슬이 아름다웠다.
되돌아와 선착장으로 향했다. 응달진 바닷길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후드를 둘러쓰고 겨울 바다의 쓸쓸함이 밀려왔다.
금빛 인어의 무표정함도 그러했다. 고기를 잡는 아이도 그러했다. 무는 바닷바람에도 잎에 윤기가 나고 배추도 알이 차고 있다. 어구는 어지럽게 쌓여가고 선착장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배는 거친 바람에도 밀리지 않고 거금도로 향했다.
마르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이방인으로 일생을 소록도 한센인들과 함께한 시간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다는 다큐의 끝에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