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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삼거리슈퍼

by 허허도사 2021.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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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가는 길 쑥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다. 광양시 옥룡면 동백림과 백운산 가는 갈림길 삼정교 앞에 20년 전부터 붕어빵과 어묵을 팔고 있다. 몇 해 전까지 포장마차에서 팔고 있었다.

쑥붕어빵은 반죽에 쑥가루를 넣어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다. 주인장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반죽의 조합을 이야기하곤 했다. 또한 기후에 따라 반죽의 농도를 달리해야 한다고 한다. 바로 구운 붕어빵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겨울철에 특히 인기 만점이다. 특히 팥소는 달지 않고 꽉 차게 넣었다. 한입 물면 삐져나오는 팥앙금을 입술로 훔쳐야 했다.

그때 오십 대로 보이던 아저씨는 주물 빵틀을 세 번이나 터져 교체하였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 삼거리에서 차량을 세워두고 팔고 있었는데 지금은 삼거리슈퍼 앞 옛 삼정 이발관을 개조하여 매대를 설치하고 팔고 있다. 그때 붕어빵을 만들고 있는 아저씨는 백발이 되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으며, 그 자리에는 외국인 여성이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문뜩 30대 전후로 보이는 여성과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며느리이겠지 했다.

그날 산행 후 얼었던 몸을 어묵꼬치와 국물에 따뜻하게 풀었다. 눈 덮인 백운산을 보면서.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꿩탕이란 현수막이 보였다. 월하정인 꿩탕도 있어 한다. 그 시원한 국물맛을 모른단 말인가. 나만 먹어 보았겠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국물 맛은 술을 거하게 먹고난 다음날 먹어야 제맛이 난다.

슬레이트 지붕을 한 삼거리슈퍼에는 매운탕, 닭백숙에 이어 두부김치와 파전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벽면에 가득 쌓인 주류박스와 간이의자가 여름철 느티나무 그늘 아래 주객들로 가득했겠다.

!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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