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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여행 녹산등대와 서도

by 허허도사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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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월하정인 섬에 가고 싶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거문도에 들어가고자 몇 번을 예매하였으나 풍랑주의보, 코로나 사태로 가지 못한 지 2년이 되었다. 최근 녹동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에 도착한다는 노선이 생겨 무작정 녹동으로 향했다. 매표소는 신항 여객선터미널 옆 선착장에 있다. 컨테이너 매표소는 선박에 비해 이제 막 신생한 해운사 같다. 플래카드에는 7월 15일 첫 취항이라고 적혀있다. 쾌속선은 차량승선 불가이며 운행 중 외부로 나갈 수 없다. 배 이름은 퍼스트 퀸이다.
좌석에 여분이 없는지 바로 옆 일행은 매표를 하지 못하였다. 선착장에는 많은 이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출항 시간은 8시 30분 첫배를 탔다.
날씨는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로 해무가 약간 피어 흐릿했다. 좌석은 정해지지 않아 어수선하다. 우리는 앞쪽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뒤뚱거리는 배에서 바닷물이 보였다. 물에 대한 울렁증이 있는 나에게 불안스러웠다.
정시에 출발 한배는 거금대교를 지나 초도로 향했다. 거문도 행은 초도를 경유한다. 섬들이 차츰 사라지며 수평선이 보인다. 거친 파도가 유리창에 부딪쳐 올라와 잠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출항하자 백도 유람선 예약을 받는다. 오늘 1시 30에 서도에서 출항한단다. 3천 원 할인 혜택이 있다. 월하정인 백도 구경은 해야 한다며 예약을 하였다. 그러나 그날 예매율이 저조한지 아니면 풍랑 때문인지 운행을 하지 않았다.
배는 한 시간 만에 초도에 도착 다시 거문도로 향했다. 바닷물이 시커멓게 바뀌면서 파도는 더욱 거칠어졌다. 섬들도 보이지 않았다. 간혹 바닷새 한 마리가 수면 위를 날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이다. 해무에 그 선마저 흐릿하다. 간간이 섬들이 연결된다. 1차원 평면으로 자르면 점 하나로 표현되겠다. 하지만 그 점들은 연결되고 거문도까지 그리고 백도까지 연결되겠다. 옥색 바다가 검푸른색으로 변하면서 파도는 더욱 거칠어진다. 배는 중심을 잡고 좌우로 흔들리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앞으로 나아간다. 간혹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쿵 하며 들려온다.
40분을 더 달려 거문도에 도착하였다. 섬이 보이자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서도를 경유 최종 목적지 고도에 도착한다. 서도에 하선은 백도 관광과 연계하는 듯하였다. 준비 없이 시작한 여행이라 서도에 하선하였다.
교통수단은 택시와 버스가 있다. 마을버스는 총 5회 운행되며 거문항 기점 오전 8시 40분 출발이다.
서도에 내려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지도를 찾았다. 마을 입구에 거문도 뱃노래길 이정표가 보인다. 거문도는 해상국립공원으로 묶여 출입제한 구간이 있어 조성된 길은 서도 녹산등대 가는 길과 불탄봉 등산로 그리고 고도 둘레길 등이 있었다.
녹산등대로 향했다. 녹산등대길이다. 층층이 쌓인 좁은 돌담길을 따라 들어간다. 판석을 잘도 쌓았다. 높은 곳은 내 키를 훌쩍 넘는 곳도 있었다. 돌담과 마주한 낮은 처마 그리고 파란 물통이 올려있는 섬마을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해풍쑥 체험관을 지나 굽어진 농노를 따라간다. 해수욕장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 추위도 잊게 할 물놀이인가 보다. 밭에는 쑥이 자라고 있다. 길옆으로 돌담길이 이어진다. 돌담에는 담쟁이덩굴이 돌들을 움켜쥐고 있다.

한여름 날씨다. 무더울 거라는 일기예보에 반 팔을 걸쳤지만 땀으로 흥건하다. 바람이 불어왔지만 땀은 식지 않고 해풍에 끈적거린다.

굽어진 길이 서편제에 나오는 돌담길 같다. 그 배경도 섬마을 청산도다.
콘크리트 포장길이 끝나는 곳에 박석길이 나온다. 조성된 길이다. 그 길은 작은 언덕으로 연결된다. 언덕은 작은 초원지대다. 바람에 잎들이 무뎌지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누워있다. 언덕에는 바람이 일어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의 바람이 연이어 불어왔다. 다른 지역 보다 유난히 키 작고 잎이 두터웠다. 잎이 두터워 구절초인가 했다. 갯바람을 이겨내며 체형을 바꾸었을 것이다.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면에 바짝 엎드린 쑥부쟁이가 보이며 절벽으로 떨어진다. 아래 갯바위에 파도가 부딪치며 흰 포말이 멀리까지 쓸려간다.
녹산등대가 보이며 데크길이 보인다. 거문도인어해양공원 이란다. 반달 위에 앉아있는 인어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아 한 바퀴 돌아 등대로 향했다.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길을 벗어나니 녹산등대가 하늘 높이 솟아있다. 흰 페인트로 색칠한 등대는 파란 하늘 아래 더욱 희게 빛난다. 뒤로 서도가 길게 내려다 보인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창촌마을을 구경하며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보이는 식당은 서너 곳이 보이지만 한 곳은 예약 손님을 받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한다. 다른 곳에 들어가니 커다란 대야에 고둥 속살을 빼고 있다. 식당 앞 수족관에 쥐치와 돌돔 뿔소라가 싱싱하게 움직인다. 주인장은 앉자마자 묻지도 않고 음식을 준비한다. 백반으로 반찬은 집 반찬으로 정갈하고 맛깔나다. 고둥, 톳, 한치초무침, 등등 밑반찬에 막걸리 한병을 비웠다. 최고의 맛은 5년묵은 신김치다. 그 맛을 본 월하정인 판매는 안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실컷 먹고 가란다. 그리고 양념장이 올려진 전갱이가 나왔다. 월하정인 쥐치회를 추가하였다. 뚝딱 한 접시 썰어나왔다. 꼬들꼬들하고 졸깃한 맛으로 뼈까지 오독오독 씹혔다. 막걸리 한병을 비웠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 들어서 섭 찜을 주문하였다. 손바닥 만 한 섶에 월하정인 정신을 놓고 있다. 그리고 돌멍개도 주문한다. 회와 바꿔먹을 수 없을까 한다. 그래서 내일 먹자고 했다. 그런데 식당 주모가 낮이 있다. 방송에서 보았을까...

고도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콘크리트 길은 굴곡지고 오르내렸다. 변촌마을을 지나고 해안가에서 백주 한 캔 하였다. 바닷물은 옥색으로 투명하였다. 제주도 바닷가가 생각날 정도다. 찰랑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 곳에 집 한 채 두어도 좋겠다 했다. 하지만 월하정인 극구 부인한다. 갯냄새는 아니란다. 그냥 가끔 바라보기만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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