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정
비는 보슬보슬 내리는 길 이정표에 환산정이 보인다. 매번 지나는 길 정자를 좋아하는 나는 들려야지 하면서 지나치던 곳이다. 오늘 그 길을 따라 들어섰다. 저수지가 보이며 아름다운 곳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니 나들이 나온 중년의 성들이 깔깔대고 있다.
환산정으로 보이는 조그만 동산은 섬으로 변해 보행교로 연결이 되어있다. 조금 일찍 왔더라면 벚꽃이 피어 꽃길을 걸었겠다. 지금은 물속에 잠긴 버드나무의 어린순들이 꽃잎처럼 연초록으로 물들었다. 물속에 비친 음영이 더해 몽환적이다.
섬으로 변한 환산정을 둘러본다. 아마 저수지가 조성되지 않았다면 절벽위에서 아래 계곡을 조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입구에는 호위 무사처럼 우람한 소나무가 허리를 굽혀 내려 보고 있다. 그리고 담장 없는 대문(일각문)이 있으며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산정이 기단위에 높이 서있다. 정면5칸 측면2간 가운데 방1칸을 두어 사면이 툇마루로 조성되었다.
환산정(環山亭)은 화순군 동면에 위치한다. 1637년 백천(百泉) 류함(柳涵) 선생이 창건한 정자(亭子)로, 방 1칸의 소박한 초정(草亭)이었는데, 1896년 1차 중건, 1933년 보수, 2010년 2차 중건하였다.
일각문 앞 350년 된 노송은 그 체구가 철갑을 두른 장수처럼 우뚝 솟아있다. 그리고 좌우로 호위무사처럼 소나무 두 그루가 받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전각의 형태가 많이 변형된 듯 했다. 고건축의 미가 사라진 현대조형미가 가미되어 조금 아쉬웠다.
강 건너 전원주택단지는 알프스아래 호수 위를 보는듯한 이국적인 풍경이다. 어째들 좋은 곳은 알고 내심 부러웠다.
환산정 툇마루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을 때 통통 튀는 꼬마 녀석이 들어왔다. 툇마루 위로 올라가지 마시오. 안내 문구를 연거푸 외치며 나를 무색하게 하였다. 그 녀석은 친화력 갑 이였다. 월하정인에게 제비꽃을 따주고 스케치하고 있는 나에게도 제비꽃을 건 낸다. 이름을 물어보니 00이라고 하며 엄마와 사진을 찍고 있는 형과는 달리 스스럼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