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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오월의 순천만

by 허허도사 202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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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30분 순천만생태공원으로 달려갔다. 코로나19로 뜸할줄 알았지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탐방객들이 많았다.

무진교를 넘어 서니 대대선착장에는 고깃배들이 돌아온다. 무지개처럼 휘어진 다리를 위에서니 푸른 초록바다가 펼쳐진다. 갈대는 옷을 갈아입고 있다. 묵은 갈대는 앙상하게 바람만 불어도 부서질 것 같다. 허리춤까지 자란 갈대는 데크길 아래 찰랑거리고 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잎들이 풍성하다.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친구들과 연인들과 가족들과 여행 온 이들은 용산으로 향한다. 나도 따라간다. 들물인지 날물인지 갯벌의 골이 많이 들어났다. 갈대는 실낱같은 바람에도 쏴하고 물결친다.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발걸음이 빨라진다. 요 며칠 동안 하늘은 먹구름에 가려 해를 볼 수가 없었다. 오늘 구름이 많았지만 해가 보였다. 멋진 노을은 기대하지 않지만 굴곡진 순천만을 보고 싶었다.

출렁다리를 건너 용산으로 향한다. 용산까지 무장애길로 계단이 없다. 굳이 계단을 밟고 싶거든 조금 힘든 길로 올라가면 된다. 그 길이 더 멀다. 그리고 끝에는 장의자 몇 개 있을 뿐이다. 숲은 제법 풍성하게 변해 그늘을 만들고 해가 떨어지는 늦은 시간 어둑하게 변해간다.

갯바람다리에서 대대벌을 보니 물이 담긴 논바닥이 반짝인다. 그리고 석양에 금빛으로 곱게 물들고 있다. 수로에는 물결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배 뒤로 흰 포말이 길게 펼쳐진다.

그 짧은 시간 해는 지면에 더욱 내려왔다. 능선을 걷는다. 오솔길이다. 예전에 비해 폭이 많이 넓어졌다. 풀 한포기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고 닳았다. 용산은 매번 구동마을에서 올라 잠깐 사진만 찍고 내려왔으니 이 길을 밟은 지도 몇 년이 흘렀다.

보조전망대를 지난다. 순천만 수로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대대벌은 네모난 거울을 업어놓은 듯 햇빛이 반사되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테크길을 설치하였다. 솔바람다리다. 끝나는 부분이 약간 지그재그로 휘어졌다. 소나무를 가르지 않고 비켜간다. 나무 하나의 소중함을 담아 아름답게 설치하였다. 아마 소나무가 베어지고 그 위를 지났다면 아름다운 순천만이 퇴색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용산전망대가 가까이 있다. 이제는 하강이다.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소나무 사이를 비켜가는 굴곡진 길이다. 그길 끝에 전망대가 설치되어있다.

전망대 위에는 많은 이들이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10여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열정의 사진사는 카메라 두 대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한 대는 타이머로 자동연사 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대로 연신 찍어 된다. 좋은 사진이 많이 담겼길 바라본다.

요즘 카메라를 구경하기 힘들다. 다들 성능 좋은 핸드폰으로 담아간다. 오히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가 이상할 정도다. 나는 캐논G9X똑딱이 카메라를 들었다. 28mm화각에 담아왔다.

유선으로 흐르는 수로사이로 둥그런 갈대군락지는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하다. 그리고 맞은편 기하학적 문양은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파동이 느껴진다. 지금의 원형모양은 많이 변형되었다. 머지않아 서로 엉켜 붙어 그 형태도 사라지겠다.

멀리 솔섬에서 여자만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맞은편 별량 첨산 주위로 겹쳐지는 윤곽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해는 붉게 변하고 구름사이로 잠시 들어내 보이고 그대로 하강한다. 주변을 붉게 물들지 못하고 그냥 사그라졌다. 모두 아쉬웠을 것이다. 첫 방문자도 있을 것이고 대부분 타 지역에서 왔을 것인데...

해가 떨어지는 순간 주변은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온다. 미련 없이 용산을 내려와 데크길로 접어드는 순간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고 무진교 넘어 순천만 식당가 네온사인이 켜졌다. 주변은 캄캄한 어둠속이다.

오월의 순천만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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