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3.
어제는 처갓집에서 김장을 하였다. 우리가 김장을 하는 날이면 항상 추워졌다. 심한 날은 눈까지 내렸다. 그날을 앞당겨도 날씨는 급변하였다.
아침겸 점심을 먹고 순천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국도를 이용하였다. 담양경계 지점에 민속품을 취급하는 거리를 들렸다. 혹시나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는지... 다행이 한곳이 문이 열려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잡다한 민속품이 진열되어 있다. 내가 찾고 있는 물건은 가께수리처럼 서랍이 많은 조그만 함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없었다. 벼루며 연적이며 죄다 최근에 만들어진 물건들이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려는 순간 70년대 만들어진 담배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높이 150cm 정도의 아담한 진열장은 나왕으로 뼈대를 만들고 사면을 유리로 끼워졌다. 소박하게 만들어진 장식장은 특이하게 진열장 밖으로 뻐꾸기 창이 미서기형태로 손바닥만하게 만들어졌다. 그 문으로 손님에게 담배가 전해졌을 것이다. 담양 어느 가게에서 가져왔다고 하며 흥정은 말아달란다. 그래서 두말 않고 구입하였다. 뻐거덕거리는 소리까지 옛날생각이 났다. 우리집도 구멍가게를 하였다. 담배도 팔았다.
청소하여 카메라 보관함을 만들면 좋겠다.
고서방면을 향하다. 소쇄원 이정표가 보여 오랜만에 소쇄원을 구경하자고 했다. 광주호 주변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바뀌고 있었다. 카페가 들어서고 대형 음식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가사문학관을 지나고 소쇄원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빗방울이 흩날린다.
주차장이 없던 시절이니 꽤나 오랜만이다. 2,000원을 지불하고 매표소를 지난다. 역시나 발열체크를 하고 개인정보를 적고 들어갈 수 있었다. 대숲사이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들어선다. 그 옆 작은 개울에는 오리 네 마리가 졸고 있다. 대나무는 겨울임에도 파릇하게 빛을 품어 하늘높이 자라고 있다. 그 길은 짧아 바로 소쇄원이 보인다. 훤히 내려다보인 탓에 오늘따라 아담하게 보인다. 물소리 바람소리 들릴 듯 한 모습은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낯설게 느껴진다. 난감하였다. 오늘따라 느낌을 살릴 수가 없는 것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계류를 건너 광풍각으로 향하고자 하였으나 입구라는 표지판을 따라갔다. 두 개의 연못은 좁은 물길을 내어 연결되어 지며 그 끝에는 대봉대에 초가지붕을 이은 소정의 공간이다. 계류의 끝에서 긴 나무에 홈을 파 물길을 만들었다.
담장은 점점 높아져 외부와 단절이 된다. 그곳에 애양단이라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담장아래 물길을 들였으니 그곳이 오곡문이란다. 담장은 오곡문에서 끝이난다. 연결을 하지 않고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남겨놓았다. 바로 앞에는 우물이 있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우물이 필요할까 싶다.
다시 돌아서면 매대를 지난다. 삼단으로 매화나무 등을 심었다고 한다. 잎이 떨어진 겨울철에 나무를 구별하기 힘들었다. 매화나무 한 구루만 보이고 텅빈 단만 남아있다.
제월당으로 이어진다. 한길 높이의 단위에 정면3간의 팔작지붕의 아담한 정자는 한 칸은 구들을 두어 방을 꾸미고 두 칸은 마루로 삼면이 개방되었다. 북향은 문을 달아 바람을 막는다. 마루에 걸터앉아 쉬어가니 광풍각이 아래로 이어지고 대숲이 에워싸며 솔숲향기가 내려온다.
감나무에는 서리 맞아 축 쳐진 홍시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겠다. 머리에 떨어지는 상상을 해본다. 혼자였다면 슬프겠다.
광풍각으로 내려오려면 키작은 문을 지나야 한다. 너무 낮아 머리조심이 아니라 허리조심이다. 담장너머 산수유나무엔 빨간 열매가 아직도 달려있다. 그리고 담장사이 배롱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광풍각은 바로 보여주질 않고 낮은 담장이 가로막고 있다. 계류에 단을 쌓고 정면3칸 측면2칸(전후툇마루 반칸) 팔작지붕으로 중앙1칸을 구들방을 두었다. 사면이 마루로 이어져지며 중앙 방문은 들어열개문을 두어 공간이 확장된다. 광풍곽 마루에 걸터앉았다. 계류가 확장되어 대숲 속으로 사라진다. 지금은 물이 줄어 낙수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바람이 불면 대통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다리를 건너 대숲 길을 따라 내려오니 졸고 있던 오리가 유영을 한다. 비바람이 칠 것 같은 날씨에 간간히 물방물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