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청산도
4.19.
2025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
새벽 안개를 해치고 완도로 향했다. 어제의 초여름 더위 탓에 안개가 그칠 줄 몰랐다. 해양성 기후로 해는 올랐지만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우려했듯 풍랑주의 보도 아닌 짙은 안개로 출항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완도 여객선 터미널에는 이미 많은 승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8시 30분배는 취소되었고 다시 매표를 하였다. 다행이 9시 배를 탈 수 있었지만 배는 9시 50분에 출항하여 40분 뒤 청산도에 도착하였다.
안개가 걷힌 하늘은 맑았다. 바다색도 파랬다. 여행의 변수는 항상 따른다. 자연현상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사이 우리는 새로운 얼굴들과 인연을 만들었다. 3층 갑판위에 자리를 잡고 각자 준비해온 막걸리를 마셨다. 배가 멈춰서도 바다위에서 이미 청산도를 향하고 있었다. 안간들 다른 곳으로 향하면 되었다.
당초 계획은 청사도 보적산 매봉산 상행을 하고자 하였으나 지연된 시간에 슬로우길 1-2코스를 걸었다. 항을 벗어나 해안길로 그리고 서편재길을 따라 걷는다. 구들장 논은 노랗게 물들었다. 유채꽃이 한창이다. 판소리 고리자락이 멀리서도 들린다. 노란 꽃을 배경삼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사진 찍기에 진심이다. 그래서 좀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말그대로 슬로우길이 되었다.
날은 더웠다. 그래서 반소매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그래도 땀이 흘렀다.
서편제 촬영지에서 소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술잔을 기울이니 벌겋게 타오른다.
돌담길을 따라 봄의 왈츠 촬영지를 지난다. 다랭이 논 아래로 노란 물결이 바다로 이어진다. 흰 도포를 하고 무대에 앉아 대금 연주를 한다. 스피커를 갈 듯이 구슬프다. 길은 마을을 벗어나 화랑포 공원을 돌아 해안길을 따라간다. 바다가 보인다. 갯바위에 부딪친 파도는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간다. 해안 절벽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2코스다. 연애바위를 지나 숲은 오솔길로 변해 고즈넉하다. 동백이 아직 남아 송이를 떨구고 지면에는 노란 양지꽃이 그리고 백리향과 꽃잔디가 장딸기와 각시붗꽃도 피었다. 새끼손까락 만한 구술봉이도 피었다.
당리재에서 당리 마을로 내려간다. 돌담기이 정겹다. 아주 오래전 걸었지만 그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도로를 타고 청진항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말 그대로 슬로길을 걸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는 화려한 꽃길에 피로를 푸는 하루였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멍게 해삼 전복 활어에 소주를 마셨다. 배는 순식간에 완도항으로 이동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