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비로봉
어의곡탐방지원센터(새밭계곡) ~ 비로봉(5.1km)
470고지에서 출발하니 바로 숲으로 들어선다. 계곡에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중부지방에 내린 비가 많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밖은 덮고 숲은 서늘하여 바닥은 축축하고 어둑했다.
길은 자갈밭과 박석길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숲은 원시림 그 자체로 바위에는 이끼가 끼어 온통 초록빛이다. 소나무, 잣나무, 잎갈나무가 층고를 달리하며 자라고 있다. 그 덕에 하늘이 보이지 않아 뜨거운 햇볕을 피해 걸었다. 세 번의 목교를 건너 3km 지점에서 계곡물은 줄어들고 물소리도 멀어졌다. 순식간에 900고지를 넘었다. 물도 차가웠다. 계곡의 물소리가 줄어들자 말매미 소리가 들렸다. 길은 흙길로 바뀌고 신갈나무 등 참나무 숲이 펼쳐졌다. 몇 번의 계단을 올라서니 잣나무숲이 펼쳐진다. 그 아래 계곡에서 울려오는 물소리가 폭포 소리와 같았다. 1,200고지에서 물소리가 들리니 산의 규모가 가늠되었다. 숲은 고산지대 수목들로 바뀌고 구름이 지나간다. 운무에 가려진 숲은 수묵화를 보는 듯 몽환적이다. 3.5km를 지나자 능선에 올라섰다. 동자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둥근이질풀이 지천이다. 나무들은 바람에 버티기 버거웠는지 반쯤 쓰러져있다. 이제 능선에는 초지대로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다. 순간 구름이 지나가 앞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름다운 능선을 기대하였지만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니 답답하다. 산 아래 드리워질 풍광이 궁금하다. 1km의 능선길은 초지대의 보호를 위해 철망을 깔았다. 걸을 때마다 약간 출렁거렸다. 그 느낌마저 좋았다. 그 끝은 비로봉으로 향했다. 그리고 연화봉으로 이어졌다. 비로봉 1439m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산 아래로 단양시내가 보인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가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은 비로봉에서 돌아가지만 언젠가는 저 능선길을 완주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알프스의 초록 목초지대를 보는 듯 푸릇하다. 키작은 주목인지 구상나무인지 멀어서 가늠할수 없지만 약간의 군락은 힘겨워보였다. 순간 한기가 들어온다. 아래는 폭염이지만 산 정상은 바람에 버티기 힘들 정도로 냉기가 가득했다. 바람막이를 꺼내 걸쳤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운무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은 선명하게 새로운 길로 안내하고 있다. 구름이 걷히지 않았다면 이 길을 보러 다시 왔어야 했을 것이다. 능선 아래로 올라오는 구름은 능선을 넘어 다시 내려가길 반복한다. 시야는 흐려졌다 맑았다 보이지 않는 곳을 보여주었다. 여름꽃은 지고 가을꽃이 피기 시작한다. 쑥부쟁이, 도라지모싯대, 궁궁인지 구릿대인가 구분이 않되는 산형과들이 키높이 올라왔다. 그리고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왜솜다리가 보였다. 개채수는 적었지만 왕성하게 피었다. 그 꽃을 찾는 이가 많았는지 주변은 흙이 드러나 있었다. 염치없이 나도 한목하였다.
내려오면서 월하정인 이산을 우리동네로 옮겨오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소백산에 흠뻑 빠졌다. 계단을 내려와 박석길을 걷고 다시 물소리를 들으며 거친 자갈길을 걸어 내려오니 내려오는 속도도 더디다. 다람쥐와 청솔모가 뛰어 다닌다. 숲은 더욱 어두워졌다. 어의곡주차장에 가까워질수록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진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새밭으로 내려와 순천으로 차를 몰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