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후산
모후산 산행
어제 비가 내렸다. 많은 비를 생각했지만 소나기 수준이었다. 덕분에 아침이 선선하였다.
폭염에 산행이라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월하정인 냉방병인지 일주일째 가래를 끓고 산다. 병원에서 영양제까지 수액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다. 산행이 부담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나보다 더 잘 올라갔다.
화순 유천리에서 출발하였다. 등산로에 접어들자 숲속은 햇볕조차 내려오지 않았다. 계곡에는 예전처럼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았지만 여전히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취사행위를 하고 있다. 계곡의 물줄기가 힘겨웠다. 어제 내린 비로 바닥은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아니면 계곡의 찬 기운에 결로현상인지 바위에는 푸른 이끼가 덮여있다.
계곡을 건너자 삼나무 숲이 나온다. 편백숲이 많은데 삼나무숲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편백보다 삼나무를 더 좋다. 더 웅장한 느낌이 든다. 400고지 삼나무숲은 축축하다. 숲의 중심에는 박쥐나무가 지면에서 힘겹게 자라고 있다. 하늘까지 쭉 뻗은 삼나무는 하늘을 삼키며 햇빛조차 빨아들인다. 그 아래 자라는 식물들은 고사리와 키 작은 나무들이다. 특히 박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선암사 편백 숲 아래 박쥐나무를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다. 삼나무를 사랑하고 있나 보다.
보라색 수국이 피고 있다. 가끔 열리는 햇빛에 삼나무 사이를 비집고 올라가는 활엽수 잎들이 눈이 부시다. 또한 삼나무 기둥 사이로 점들이 되어 반짝인다.
오늘따라 지친다. 온몸으로 쏟아지는 땀들은 습기에 절인 듯 온몸에 송글송글 맺힌다. 바람도 들어오지 못해 축축한 기운은 수증기로 올라가는 듯 숨이 가쁘다. 신비로운 숲속은 반복되는 풍경에 그만 벗어나고 싶어졌다.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이끼를 품고 있는 돌들이 싱그럽다. 둥글게 둥글게 자라고 있다. 또 다른 생명체가 돌아다닐 것 같았지만 개구리 한 마리 보지 못했다. 내려오는 길 돌무더기 위로 뱀 한 마리 지나갔다.
삼나무숲은 1km 남짓 산행의 절반을 한 듯 무거웠다. 햇빛이 열리는 곳에 임도와 만났다. 햇볕에 온몸에 송글송글 맺혔던 땀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바람마저 불어와 시큼한 땀 냄새를 밀어준다.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팔각정에 잠시 쉬어간다.
이제 산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향했다. 모노레일 아래 원추천인국이(루드베키니아) 노란색으로 세력을 확장중이다. 공사 중 따라 올라왔겠지만 물 건너온 생물들은 생명력이 강했다. 다행히 울타리를 넘어오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넘어올 것이다. 원추리와 비비추가 간간이 피어있고 바위채송화가 꽃대를 올린다.
모노레일이 산허리를 감싸고 정상까지 힘차게 솟아오른다.
강우레이더가 보인다. 그 아래 물레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상 919m 남으로 주암호가 보이며 서북으로 화순 유마리와 동복호과 보인다.
체력고갈로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