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침
허허도사
2021. 12. 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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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겋게 달아오른 동녘 하늘 아래 앵무산에는 아직 해가 올라오기 전이다. 동지가 지났건만 시간은 더디다. 검은 강물 위로 오리들이 점들이 되어 둥둥 떠 있다. 가장자리와 보 근처에 얼음이 얼었다. 꽁꽁 얼려면 아직도 멀었다. 얼음이 얼었나 돌을 던져보는 아이들이 꼭 있듯이 확인하고 싶다. 바람에 부서질 듯 바짝 말려있는 물풀들이 아직도 노끈처럼 남아있다. 그 위로 떠나지 않은 백로가 사뿐히 내려 앉는다.
날개에 머리를 묻고 잠들어있는 오리들은 내가 다가서자 슬그머니 물러간다. 다리에 벽면에 경관조명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들에게 도시의 불빛은 이제 아무렇지 않은가 보다. 해가 바뀌면 달라지는 풍경에도 이젠 무관심 한 듯 하다. 도시의 일원이 되듯 살아간다. 그래도 사람들을 피해 강 건너에서 몰려오던 오리들이 다시 멀어져간다.
수달 두 마리가 자맥질하며 동천 물을 파고든다. 고래 등처럼 넘실대며 물고기를 물고 물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온다. 그것을 오리들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