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궁 마고성
전송된 사진에는 돌담이 층층이 쌓여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푸른 연못이 비취색으로 투명하게 비추고 있다.
청학동 삼성궁이란다. 분명 가보았던 곳이다. 그때 그랬었나 싶다. 확인을 하니 2009년 글이 보인다. 그때도 돌탑과 석물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사진처럼 빼곡하게 쌓여있지 않았다.
그래서 청학동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에 삼성궁을 검색하고 출발을 하니 하동을 거쳐 옥종면 방향으로 들어서 궁항을 지나 도로는 끝나고 임도길이 나왔다. 차 한대 지나는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하동호를 지나 마을들을 지나쳤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과연 이 길이 맞는지 하며 따라간다. 깊은 산속이라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덕분에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빠져들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도 눈이 호강한다. 한참을 올라서니 봉화사란 절이 나왔다. 고찰은 아니지만 산속에 이만한 절을 있다는 게 대단했다. 봉화사를 기점으로 아래로 내려간다. 급경사다 굽어진 산길 인생의 내리막처럼 순간이다. 나중에 지도를 검색하니 1014지방도 였다.
집 대여섯 채 있는 작은마을로 내려와 큰 도로를 타고 삼성궁으로 향했다. 만추의 계절 저수지 수면 위로 갈색으로 물든 갈잎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있다.
삼성궁 입구에 도착하자 주차장에서부터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주차장까지 고작 몇백미터 되겠지만 주차하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위드코로나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인지 나도 동참하였으니 할 말은 없겠다.
오후 2시 30분 드디어 홍익문에 들어섰다. 달라진 점은 청학동을 상징하는 파란 두루미 지붕은 황토색으로 변하였다. 그때도 그랬겠지만 수많은 돌을 쌓아 올린 벽들과 마주한다. 바위투성인 공간에 작은 돌로 쌓아 올린 담장으로 공간의 단절과 연결의 변화를 주며 신비롭게 공간을 배치한다. 아마 벽송사 서암정사도 그러했으리라.
검단길을 걸어 두 개의 연못을 지나면 연못은 산정호수처럼 잔잔하다. 옥빛으로 바닥이 보이는 맑은 물에는 가장자리로 피라미들이 돌아다닌다. 조각배를 타고 노닐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선사시대 움막집처럼 거대한 기둥을 세우고 너와를 올린 산신궁에 들어선다. 낡아빠진 북은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한다. 산신궁에서 나오는 길 선계로 들어선 듯 어두운 공간을 유영하듯 빠져나와 거석의 기둥을 돌아 마고성에 오른다. 성 아래로 호수에 반영된 석물들과 오색찬란한 인간들이 분주하다.
오래전 삿갓을 쓴 문지기가 있어 징을 치면 삼성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마고성이라 불리고 있다. 태고의 창조신화의 주인 마고할멈의 상징처럼 더 이상 갈 곳 없이 보인다. 겹겹이 쌓인 성벽은 하늘을 향하는 듯 끝없이 연결된다.
옛 삼성궁 건물은 특정 기물을 상징하는 목각과 석물들이 가득하다.
삼성궁 이정표를 따라 다시 성벽으로 에워싼 길을 따라간다. 성벽처럼 그 뒤로 난 길을 돌아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한다.
길목에는 거석에 △○□ 도형이 새겨져 있다. 문득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생각났다.
다양한 석물들은 이질감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도 문화의 변천 과정이니 왜곡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역사가 신화로 외도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아무리 의미를 담아도 그저 몽매한 자들에겐 무의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