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2020. 5. 26.
노고단
깊은 산으로 갈까 합니다. 고산지대 들꽃을 보러 지리산 노고단을 택하였습니다.
오전 날씨는 안개가 짙게 낀다고 합니다. 정말 미세먼지가 내려앉는 듯 뿌옇습니다. 다행이 성삼재에 올라오니 하늘이 보이며 구름이 지나갑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기도 실행중입니다. 덕분에 관광차가 보이지 않아 여유로워 보입니다. 천고지가 넘은 산속에도 연두색 나뭇잎은 진한 녹색으로 바뀌어 갑니다. 봉화산에는 이미 지고 없은 철쭉꽃이 이곳에서 피기 시작합니다. 노고단 대피소까지 넓은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여유를 부리다가 노고단 생태탐방로를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숲 색의 변화, 화려한 꽃,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걸어갑니다. 무넹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가면 작은 계곡이 나옵니다. 비가 내린 후에는 물량이 많아 폭포 같은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한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처럼 냉기를 품어내기도 합니다. 바위에는 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주변은 온통 꽃마리가 피었습니다. 꽃마리는 보라색과 옅은 청색을 띠고 손톱보다 작은 꽃을 차례대로 피어 올리고 있습니다.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몇 걸음 올라가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돌담이 보여 그곳을 들어서니 노루삼이 보입니다. 달랑 한 개체만 보였지만 쉽게 보지 못한 것이라 반가웠답니다. 예전에도 이곳에서 사직은 찍지 않았나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노고단 대피소까지 올라가면 멀리 노고단재가 파란 하늘아래 우뚝 솟아 보입니다.
노고단재입니다. 탐방로는 예약제로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으로 사전예약을 하여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시스템에 접속하려니 노안으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비회원으로 예약하니 절차가 복잡한 것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또한 알뜰폰으론 웹에서 인증까지 하려니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보다 못한 공단직원이 이번에는 입장하시고 다음에 사전예약하고 오랍니다. 그래서 오늘 바로 회원가입 하였습니다.
노고단탐방로에 들어서자 월하정인 신기한 듯 무슨 꽃이냐고 물어봅니다. 아래를 보니 복주머니 난이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예전에 개체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한 개체 밖에 안 보인다. 조금더 꽃대가 올라왔으면 좋았겠지만 피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노고단으로 향합니다. 요즘 들어 월하정인 무엇인가를 잘도 찾는다. 탐방로 주변에는 미나리아재비가 한창이다. 그리고 계단아래 때늦은 개별꽃이 피였다. 몸을 숙이지 않고는 볼 수 없을 정도다.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면 구름 속을 걷는 듯합니다. 때마침 구름이 지나 갑니다. 노고단정상까지 데크길은 철쭉나무 군락지를 가로지른다. 이제 피기 시작했다. 초록들판에 연분홍색이 입혀졌다. 전채가 색을 입었다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꽃피는 시기도 색감도 다르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선이 고정되지 못하고 분산이 된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개체는 또 다른 개체에 눈을 돌리게 한다. 더 화려한 개채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기억에 소환되지 않을 쯤 시선은 다른 쪽으로 돌려봅니다. 길은 하늘과 맞닿은 정상에 도착한다. 피라미드처럼 쌓은 돌탑은 청색바탕에 고정되어 더 이상의 변화가 없습다. 멀리 섬진강은 보이지 않았지만 화엄사가 구름사이로 희미하게 보일뿐입니다.
시선은 변화를 느껴야하기에 이동합니다. 계단을 따라 내겨가다 한눈파는 사이 미끄러져 넘어졌습다. 데자뷰다. 작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넘어졌지요. 이런 앞사람의 무지를 보고 그랬을 것이다. 공공질서를 무시하고 잘난 놈을 만났기에 화가 치밀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본다. 요즘 에는 산에서 고성을 지르지 않았기에 또한 다중이 모이는 곳에 음식을 먹지 않았기에...
탐방로를 벗어나 등산로입구를 보니 가로막대가 쳐있습니다. 옆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입산시간지정제 시행 안내판을 보니 11:00~12:00으로 입장이 가능하답니다. 결국 임걸령까지 가려는 길을 포기합니다. 이젠 국립공원 등반 시 사전 확인하고 방문해야겠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큰앵초를 찾아 내려옵니다. 올라올 때 이제 꽃대를 올리고 있어 어딘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도를 따라 돌아내려오니 길가에 앵초꽃이 보입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잎이 아직 피지도 않아 가는 솜털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대피소 근처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들어서니 앵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황새냉이와 더불어 그리고 끝물인 동의나물까지 종합선물세트 입니다. 습지 속 야생화는 함부로 짓밟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심해서 발을 딛어야 합니다. 하얀색, 붉은색, 노란색이 조화롭게 공유하고 있는 숲속 정원입니다.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임도길옆 병꽃나무가 보라색과 미색, 붉은색을 띄며 피고 있다.
노고단 들꽃 산행은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