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8.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어제는 하루 종일 잠에 취해있었다.
머리가 무겁고 답답한 마음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까운 산사를 찾았다.
장마철이라 축축하고 비도 한두 방울 떨어진다.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여 선암사로 향한다.
계곡물은 제법 굵직한 소리로 쉼 없이 내려오고 있다.
오늘은 일주문으로 바로 향하지 않고 승탑밭 위로 난 길을 따라 야생차체험관쪽으로 들어섰다.
그저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굽어진 길에는 곧게 자란 삼나무 숲을 지나다.
흐린 하늘아래 축축한 숲길 또한 상큼하니 좋았다.
아무도 지나는 이 없는 길이 고즈넉하다.
나지막한 재를 넘으면 일주문 아래로 연결된다.
좁은 계곡에는 나무들이 엉키어 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계곡가까이 운수암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그저 걷고 싶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녹음 짙은 한여름 숲은 어린잎들의 싱그러움이 아닌 두터운 무게감이 든다.
다행이 안개가 옅게 끼어 중화시킨다.
굽어진 오르막길을 오르니 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운수암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구루 자란다.
그 아래 전나무 다섯 그루가 나란히 서있다.
그 옆에는 배롱나무가 있으며 소나무 한 그루도 있었다.
소나무는 지금 없다
관음전에서 스님한분이 나와 요사채로 들어선다.
우리부부를 보자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순천에서 왔다고 하니 답이 이상하였다.
이곳이 순천이지 그래서 조례동에서 왔다고 했다.
스님은 툇마루를 가르키며 쉬어가란다.
한참을 망설이고 있으니 자릿세 안 받으니 앉으란다.
직업을 묻기에 사무원이라 하니 월하정인 옆에서 눈치를 준다.
어른이 질문하는데 똑바로 말하란다.
그래서 시청에 다닌다고 하였다.
갑자기 행정구역이 어디까지며 인구와 인근 시군의 상황을 묻는다.
그리하여 매실나무 가꾸는 이야기며 코로나 사태까지 노스님과 세상사 이야기를 한 움큼 받아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수국을 뒤로 하며 내려왔다.
선암사 경내에 들어서니 비가 내린다.
비옷과 우산을 쓰고 산신각을 찾았다.
산신각은 응진당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산신각은 아주 작은 전각이다.
허리를 굽히고 들어서야 마주할 수 있다.
산신각위 사람얼굴을 모양의 망와가 독특하다.
한 개는 툭 불거진 눈방울에 다른 한 개는 팔관모에 입술까지 돋아있다.
산신각에서 내려와 선암매를 둘러보고 원통전을 돌아 지장전앞으로 나왔다.
월하정인 지장전옆 대웅전 안내판을 보며 대웅전은 아래 있는데 이곳에 안내판이 있냐며 묻는다. 나도 모르는데 궁금하기는 하였다.
대웅전을 둘러보고 선암사를 내려왔다.
머리가 한결 가벼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