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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포길 54
담장은 이미 허물어지고 없습니다.
대문이라곤 녹이 쓸어 반쯤 쓰러진 기둥에 노끈으로 동여매여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된 듯합니다.
허물어진 담장사이로 길이 나 드나들고 있나봅니다.
생선걸망은 대작대기로 세운 빨랫줄에 걸쳐 놓았으며,
장화와 신발이 있는 것이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치며 살기가 빠듯한가 봅니다.
아니면 세월 가는 데로 지키며 살 듯 합니다.
노년과 함께 추억으로 간지하고 싶은 마음일겁니다.
대문 칸 창고지붕은 오래전에 날아가 버리고 풀들이 넘보고 있습니다.
길 건너 하얀 접시꽃이 흐트러지게 피었습니다.
그사이 고동색으로 변한철문이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