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6. 6.
일주일동안 허리가 아파 아무것도 안했더니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등산을 하기는 아직 무리가 될 것이고 자전거를 탔다. 가볍게 타려고 바닷가 해안길을 택하여 순천만 와온을 기점으로 달렸다.
초여름 날씨로 벌써 후덥지근하다. 동천에 그 많았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한가롭다. 아마 뜨거운 햇살 때문일 것이다. 천변에 버드나무는 잎이 두터워지고 수면까지 내리고 있다. 동천 저류지 인근에 출렁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조형미라곤 하나도 없는 출렁다리다. 사연 많은 출렁다리다.
국가정원을 지나 해룡천을 따라 선학마을 까지 달렸다. 들판에는 모내기가 막바지다. 제법 자란모들도 있다. 물이 가득찬 논을 보니 올해도 풍년을 기원한다. 산간지방에는 논들이 사라지고 있다.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들로 경작할 이가 없다. 그 땅에 철쭉 등 묘목을 심고 있다. 제초제며 토양살충제로 땅은 숨쉬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논들이 사라지면 식량이 걱정이다.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얼마 못가지 않겠는가.
사람들로 북적이던 순천만습지도 한가했다.
선학을 지나 농주마을지나 남도삼백리길을 달린다. 갯벌에는 물이 빠져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게들이 분주하다. 빨간 집게를 달고 구멍가까이서 먹이를 주워먹기 빠쁜 농게들이다. 자전거가 지나가면 멀리서도 재빠르게 구멍속으로 숨는다. 칠면초도 제법 붉게 자라고 있다. 물이 솔섬 뒤로 길게 빠지는 것을 보니 사리때인가 보다. 물때를 보기위해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사리도 한사리, 목사리, 어께사리, 허리사리로 표기하고 있다. 오늘은 ‘두꺽기’ 란다. 한사리 두사리는 알아도 두꺽기라니 우리말인데도 알아먹을 수 없다. 하기야 내가 쓸 일이 있겠는가.
놀팬션을 지나 와온이다. 그리고 두봉교를 지나면 여수다. 863번 지방도를 달리다. 반월마을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여수자전거길과 만난다.
같은 길은 걸어도 그 길은 같지가 않았다. 계절의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매번 다르기에 새로운 길을 만나다. 장척마을 앞을 지나난다. 물이 들고 빠지는 풍경이 다르다. 이곳은 물이 빠지면 맞은편 복개도 까지 걸어갈 수 있다. 지금은 주민들이 통행을 금했지만 예전에는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어족자원을 핑계로 어촌계에서 관리한다. 몇 년전부터 테크를 깔고 주변을 정비하였다. 그리고 갯벌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이 그날 있었다. 많은 가족들이 장화를 신고 양동이를 들며 갯벌로 이동한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지만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이곳까지 달렸으니 궁항을 지나 섬달천까지 가야겠다. 달천앞을 지나니 이번엔 갯벌에서 굴을 채취하고 있다. 벌배를 타고 연신 뭍으로 나르고 있다. 이곳은 자연산 굴이다. 양식장 중에 매달린 굴이 아닌 그냥 바닥에서 자라고 있는 굴이다. 아주머니 들이 굴을 채취해 나르면 남자들이 차에 싫고 있는 공동작업장이다. 그렇게 지나쳐도 작업하는 광경은 처음이다.
다리를 건너 섬달천으로 들어서 시계방향으로 이동 도로끝에서 간단하게 비스켓으로 허기를 달래고 돌아왔다.
가볍게 타려고 나갔는데 결국 또 무리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