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6.
청소리~섬진강자전거길~삽재팔동~건구칠동~송치재~서천.동천~봉화터널
매주 시골집에서 주말을 보냈다.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 월하정인 아르바이트로 홀로 즐겨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장거리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출퇴근의 근거리를 이동하다보니 거친 임도길은 피해 가볍게 이동하고자 청소골로 경로를 잡았다.
날씨는 초여름 날씨와 같이 후덥지근하다. 어제 비가 왔지만 미세먼지가 약하게 끼었다. 조례동에서 NC백화점을 지나 서면 아모르웨딩홀로 나와 백강로를 타고 지본삼거리에서 840번지방도 청소길을 따라 심원삼거리까지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은 정혜사를 지나 가파르게 상승한다. 초여름 북적거릴 닭구이 거리는 한산했다. 코로나 여파인지 계곡 또한 깨끗하니 보기 좋다.
길섶에는 하얀 찔래꽃이 한창이다. 장사익은 거친 목으로 찔래꽃 향기는 너무 슬프다고 노래했다. 그래서 울었다고. 슬픈지는 모르겠지만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 오른다. 그 덕에 땀도 적당히 흘렸다. 산수정산장에서 심원삼거리까지 경사가 심하다. 욕심 부리지 않고 패달을 밟고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심원삼거리에서 황현로를 따라 황전터널을 지나면 황전면이다. 내리막길 같은 길은 구례군 경계인 매재마을까지 패달을 밟아야 한다. 간간히 진한 향기가 스친다. 바닥에는 엄지손가락만한 보라색꽃송이가 떨어져있다. 위를 보니 오동나무다. 오동나무 꽃향기가 이렇게 진했던가 찔래꽃 향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칡꽃향기처럼 달콤하다.
매재를 지나면 비로소 내리막구간이다. 간전면 농공단지까지 쭉 내려간다. 무거웠던 근육이 잠시 쉬는 시간이다. 최대속도가 50km/h에 육박하자 미끄럼방지 포장에 차체가 흔들린다. 고글을 끼고 있으니 잠시 울렁거린다. 효곡저수지에서 방향을 틀어 간전중앙로를 따라 증평마을을 지나자 속도는 줄어든다. 아직 들판과 마을은 조용하다. 이때쯤 모내기로 분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갈수록 계절감이 둔화되는 듯하다. 담장 위는애는 오월의 장미가 붉게 피었다.
수달생태로에서 섬진강자전거길로 이어진다. 오랜만이다. 길옆 수달관찰 테크길이 조성되었다. 그길을 따라 걷는 탐방객들도 있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몇 번이고 달렸는지 이제 눈에 선하다. 벚나무 가로수길이 녹음져 터널을 이룬다. 한여름도 아닌데 시원하다. 861번지방도를 타다 월금교를 지나 섬진강제방길을 달린다. 이제야 섬진강 푸른 물이 드넓게 펼쳐진다. 제방길은 문척을 지나 사성암인증센터까지 이어진다. 섬진강변에는 다슬기를 잡는 아주머니들과 견지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간간히 보인다.
사성암을 지나 다시 동해마을에서 황전천을 따라 제방길을 달린다. 섬진강지류로 강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제방 주변에는 붓꽃이 한창이다. 아직 피지않은 봉오리는 붓처럼 촉대를 세우고 있다. 금평마을에서 삽재팔동로를 달린다. 황전면에는 삽재팔동과 건구칠동이란 명칭이 있다. 삽재골에 선변에서 미초까지 8개의 마을, 죽청리 일대 각문에서 수평까지 7개의 마을을 그렇게 부른다.
삽재팔동에서 청소길로 향하지 않고 건구칠동로로 들어선다. 농소마을 이팝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각문마을에서 급경사를 이루는 저촌재는 녹초로 만들었다.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내리고 말았다. 거친 숨에 허리까지 조여오는 급경사에 그만 포기하였다. 길가에 백선이 피었기에 사진에 담았다.
저촌재를 지나 다시 수평마을까지 초스피드로 내려간다. 상수평마을에서 제방길을 따라 마을끝에서 국도17호선을 타고 달린다. 계월을 지나 송치마을로 폐도를 따라 송치재를 넘어선다.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재다. 국도를 따라 송치터널을 지날 수도 있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에게는 민폐다. 조금 힘들어도 돌아가야 한다. 송치재는 층층나무 군락지다. 이팝나무처럼 하얗게 눈이 내린다. 조금 있으면 산딸나무도 그렇게 핀다. 때죽나무꽃이 거꾸로 매달려 뚝뚝 떨어진다. 별을 닮았다. 별이 소복이 쌓인다.
송치재를 지나 다시 국도17호선 순천로를 따라 학구삼거리에서 서천 제방길로 합류하여 달리다. 운평교에서 둔치길로 내려와 동천에 합류 다시 봉화산터널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총86km 6시간을 달렸다. 오늘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