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부처님오시는 날 종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산사를 즐겨 찾기에 오늘은 송광사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없는 대신 승용차가 가득하여 주차장 못 미쳐 길가에 대고 걸었다. 코로나도 울고 가겠다. 그래도 예전만 못한 듯 여유롭다. 송광사 관람은 항상 불일암과 이웃 암자들을 둘러보고 시작하였지만 오늘은 경내로 바로 들어섰다.
일주문을 지나 우화각을 건너 천황문을 나서니 배롱나무에 연등이 걸려있다. 자줏빛 연등이 하늘에 매달려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연로하신 사진작가는 그 풍경을 놓치지 않고 몸을 숙여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나도 몇 컷 남겼다. 만연사 연등사진과 흡사 하다.
종고루에 올라 우측 연산전과 약사전으로 향한다. 약사전은 정방형 1칸짜리로 가장 작은 전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뒤편 법성료 출입문이 비파형 부채모양으로 이채롭다.
공루다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다. ㄷ자형태로 2층구조다 정면6칸 측면4칸으로 규모가 거대하다. 정면에 절구와 공이가 걸려있는 것이 아마 창고인 듯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입구에 물을 제공하던 스님 두분이 올라갔다 내려오며 하는 말이 밀짚모자가 400개 정도 있다고 한다. 나무에 깊게 패인 골이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며 기둥하나에는 갈라진 틈에 나비장이 여럿 박혀있다.
공루를 나와 바로위 목우헌으로 오른다. 문이 독특하다. 문을 들어서면 고샅길처럼 길게 담장이 쳐지고 작은 쪽문은 목우헌으로 향한다. 담장 아래 모란꽃이 피였다. 커다란 모란은 담장을 가득매우고 꽃은 담장 위를 수줍게 올려본다. 마지막 모란은 흰색이로 피고 있다. 흰 모란은 처름이다. 아니 몇 년전에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기억은 처음처럼 느껴졌다. 모란꽃과 한참의 조우 끝에 목우헌으로 들어선다. 담쟁이에 묻힌 굴뚝이 높이 세우고 잔디가 깔끔하게 깔렸다. 안쪽으론 장독대가 정갈하게 열을 맞춰서있다.
국사전으로 향한다. 국보제56호로 16국사들의 영정이 보관되어있다. 정면4칸 측면3칸의 맞배지붕으로 화려하지 않고 단촐하다.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개방되었다.
대웅보전 뒤로 높은 석축위에 위치한 전각들을 만나다. 수선사를 지나 하사당과 응진당을 둘러보고 산신각을 지나 송광사를 내려다본다. 철쭉사이로 대웅보전 앞마다에 연등이 화려하게 걸려있다. 기와선이 연결되고 끝없이 펼쳐진다.
하사당은 보물제263호로 조금 독특하다. 정면2칸 측면2칸의 맞배지붕으로 부엌칸 위로 환기창이 지붕을 뚫고 솟아있다. 하사당을 내려와 관음전 뒤 가파은 계단을 따라 보조국사감로탑으로 올라간다. 바닥에는 박석을 깔아 놓았다. 그 중앙에 사리탑이 서있다. 기단부에 보주를 올리고 그위 기와지붕을 올렸다. 화려한 새김 없이 균형감이 뛰어나다. 산신각에서 바본 기와선과 달리 이곳은 관음전과 대웅보전에 가려 멀리 보이지는 않는다.
관음전으로 내려와 대웅보전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오는데 허공에서 천원짜리 지폐가 월하정인 발 앞으로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가는 지폐를 발로 낚아채 승보전 불전함에 넣고 왔다.
부처님 오시는 날은 모든 전각이 개방되어 평소에 보지 못했던 곳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즐기기 위해 매년 방문한다. 그러나 일부 무식한 사람들은 개방되어있음에도 문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며 꼭 하지 말란 짓을 하는 것들이 있다며 일행들에게 무식을 드러낸다. 한마디 거들 것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