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8.
자전거여행
아파트 베란다 창밖을 보니 히말리아시다가 아주 심하게 춤을 춘다. 바람이 거세게 부나보다 자전거타기에는 최악 조건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전거를 탔고 봉화산터널을 지나니 북서풍의 바람이 분다. 그 영향으로 페달이 무겁게 느껴진다. 오늘 고생 좀 하겠다. 봉화산둘레길이나 걸을 걸 순간 망설였다.
오늘은 모처럼 장거리를 달릴 계획이다. 별량을 지나 낙안과 승주를 거쳐 돌아오면 80~90km 정도 되겠다.
동천을 따라 순천만까지 등에서 불어주던 바람을 타고 빠르게 달려간다. 동천 버드나무는 가지마져 바람에 힘없이 떨어진다. 바람은 거칠지만 다행이 영상의 기온으로 따뜻했다. 동천에는 겨울철새들이 둥둥 유영을 하고 있다. 뭘 먹는지 자맥질도 한다. 오리들은 물풀이 남아있는 곳에서 발을 동동 굴려 머리를 처박는다. 이곳에서 부지런히 먹이 질을 하여야 봄이 오기 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머리가 녹색을 띠고있는 천둥오리부터 온통 시커먼 병아리 종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순천만생태공원에 도착하니 대대간척지는 철세 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어 제방으로 못가고 자전거 도로를 타고 장산마을까지 달렸다. 갈대 울타리 너머 흑두루미 들이 많이들 모여 있다. 이들은 쉼 없이 떠들어 된다. 가까이가면 엄청 시끄럽다. 가끔 시간대에 맞춰 군무를 펼친다.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올해는 보지 못했다.
화포를 거쳐 거차마을을 지나 남도 삼백리길을 따라 구룡마을 지난다. 이제부터 북서풍의 맞바람을 맞고 배재를 넘어야 한다. 바람이 너무 심해 30km가 넘는 지점 되돌아갈까 망설인다. 바람이 항상 부는 것도 아니고 직진하기로 한다. 그렇게 꾸역꾸역 올라가니 배재가 나왔고 멀리 낙안 뜰이 보인다.
맞바람은 내리막에서 한기를 느끼게 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이 흥건하게 베인 등은 순간 식어버린다. 낙안읍성을 지나자 승주로 넘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불재를 넘어 빨리 멈추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불재는 낙안에서 상사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제법 경사가 심하여 허벅지의 감각이 무디게 만든다. 맞바람에 지금껏 달려왔던 피로가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벌써 3시간째 달리고 있기에 허기도 지고하여 결국 불재에 도착 버스승강장에서 간단하게 당을 보충하였다. 가까운 거리에 농장이 있어 똥냄새가 심해 오래있질 못하고 서둘러 달렸다.
이제 오르막은 끝나고 가볍게 페달을 밟기만 해도 되지만 피로가 더해진 근육은 더디기만 하였다. 상사를 지나 15km정도 남았지만 그 시간은 길고 길었다. 이사천을 따라 맑은물관리센터에서 동천을 따라 올라간다. 또다시 맞바람에 죽을 맛이다. 어느덧 6시간째 자건거 위에서 버티고 있다. 집에 도착하니 거리계는 82km가 넘었다. 월하정인 적당이 타지 한다. 가끔 죽자고 달려야 직성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