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5.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의 전설을 간직한 운주사 블로그를 검색하니 2012년이 마지막 방문이다. 그 후 5년이 흘렀다. 변한 것은 입구에 천불천탑사진문화관이 2017년 개관되었단다. 월하정인은 매표소가 생기기 전이라며 기억도 없다고 한다.
문화재관람료는 3,000원이다.
운주사 정확히 말하자면 운주사지였다. 대학시절 방문하였을 때 요사채만 덩그러니 지키고 있었다. 어느 순간 대웅전이 들어서며 절이 되었다. 지형을 보아하니 전란이 있는 지도 모를 지경으로 긴 골짜기를 따라 탑과 석불이 곳곳에 세워졌다. 형태도 제각각이다. 석불은 꼭두인형을 닮았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계곡안쪽으로 하늘로 쭉 뻗은 탑들이 4기가 보이며 뒤로 운주사가 위치하고 있다. 탑들은 기단과 탑신만 있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삼층석탑과 같이 정형화 되지 않고 다층탑으로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비롯하여 맷돌모양의 옥신에 원형판석 올려놓았다 또한 옥개석이 없이 발우모양을 포개놓았으며, 옥개석에는 기하학적 문양을 새겨놓았다. 불상 또한 정교하게 다듬지 않고 미간과 코만 새겨놓았으며 몽당연필 같은 모양으로 바위 아래 세워놓았다. 나는 이곳 탑과 불상들이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형태나 문양 등 하늘로 솟구치는 탑들...
초입 우측바위 아래 불상군이 있다. 입구를 시작으로 가나다순으로 표기하였다. 가를 시작으로 마군까지 표기하였다. 불상군 가에는 5기의 불상과 나군에 4기의 불상군이 있다. 대부분 합장하는 수인을 하고 있으나 1기는 통인을 하고 있다. 매끄러운 화강암이 아닌 현지 돌에 새겨 그 형태가 바르지 않고 대충깍아놓은 느낌이 들어 더욱 정감이 간다. 똑바로 세우지 않고 바위에 걸쳐놓았다. 배면에 금동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가 불상군 바위위에 울퉁불퉁한 옥개석을 한 탑이 서있다. 5개의 다듬지않은 판석을 올려놓았다. 균형이 잡혔는지 불안해 보인다. 첫 대면부터 인상적이다.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곳에서주변을 관망하니 산등선에 세워진 또 다른 탑들이 보인다. 바로 앞으로 1기가 그리고 맞은편 칠성바위 1기, 거북바위 2기가 보인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산신각 뒤쪽에 망명탑 등 2기가 더 있다. 산등성이에 총 7개의 각기 다른 탑이 서있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힘들게 아래서 보이진 않는 숲속에 세웠을까 각 지점에 기가 솟아오르는 지 수수께끼 같다.
건너편에 또 다른 탑으로 이동한다. 이 탑도 돌출된 바위위에 세워놓았으며 아래는 또 다른 불상군이 있다. 기단부가 없이 6층으로 쌓아올렸다. 탑신에는 수직으로 줄무늬를 새기고 갈메기(〈)형태로 끝을 마감하였으며 옥개석에는 마름모꼴로 사선을 새겼다.
탑에 돌을 올리지 말라고 안내문이 쓰여 있다. 이것도 문화재 훼손이다. 기복신앙이 좋으면 바위위에 돌탑을 쌓을 것이지 굳이 옥개석에 보기 싫게 올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래로 내려와 불상군 다를 살펴본다. 우측바위 아래 3기의 불상과 잔해들이 있으며 좌측으로 4기의 불상군이 있다. 그중 연화좌대위 수인을 하고 있는 좌불상이 올려졌다. 세월에 마모되었는지 모두들 표정을 알수 없다.
운주사 입구 7층 석탑과 원형다층석탑 사이 석조불감이 있다. 7층 석탑은 기단부 없이 세워졌으며 우주와 옥개석 처마가 제법 날렵하게 다듬어졌다. 석조불감은 5m에 이르는 높이로 여러개의 판석으로 박공을 설치하고 감실을 만들었다. 안쪽에는 2m에 달하는 좌불상이 남쪽과 북쪽을 향해 등을 맞대고 있다. 할머니불과 할아버지 불처럼 한쪽 불상은 입술이 도톰하다. 그리고 시루떡을 엎어놓은 듯 원형다층석탑이 있다. 기단석은 3개의 각진 판석을 역어 육각형을 이루고 1층 옥개석에는 연화문을 새겼으며 2층부터 호떡을 쌓아놓은 듯하다. 모두 보물로 지정되었다.
경내로 들어서지 않고 지혜당 옆 낮은 자세를 하고 있는 석불 2기가 있다. 그리고 뒤편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면 또 다른 불상군이 있다. 총 4기가 세워져 있으며 1기는 목이 부러졌다. 재미난 것은 발이 툭 불거져 있는 불상이 2기 있다. 경내 불상 중 유일하였다. 왼쪽 첫 번째 불상은 구부정한 할머니를 닮았다.
요사채 앞 2기의 2층탑이 있으며 대웅전 앞 반파된 4층 석탑이 있다. 대웅전을 뒤로하고 미륵전 아래 발형다층탑과 불상군 마로 향한다. 발형다층탑은 바둑알을 쌓아올린 듯 기이하다. 마 불상군은 4기로 좌불석상 2기와 입석상 2기로 수인도 각기 다르다. 계란형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엷게 드리운다. 그 앞에는 알 수 없는 머릿돌이 만들다 말았는지 구멍이 여럿 나있다. 그리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불사바위가 있다. 도선국사가 불사를 지휘한곳이라고 한다. 특별한 것은 없고 운주사와 탑들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다시 내려와 산신각위 명당탑과 마애여래좌상을 향한다. 명당답은 칠성바위처럼 생긴 원형판석을 쌓아놓았다. 그 위에는 정성스럽게 잡석을 마구 올려놓아있다. 그 무게에 석탑이 훼손될까 월하정인은 덜어보지만 끝도 없다. 아무생각 없는 탐방객들이 무섭다. 바위에 새겨놓은 마애여래좌상은 희미하나마 그 형태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불사바위로 한 바퀴 돌아내려왔는데 위험하여 그 길을 폐쇄하였다.
이제 와불을 만나러 간다. 화장실 뒤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너럭바위 위에 두기의 석탑이 세워져있다. 1기는 평범한 석탑모습이며 또 다른 석탑에는 × 문양을 돋음 새겼다. 아래로 내려가니 거북목처럼 바위가 튀어나왔다. 거북바위라 한다. 아래로 또 다른 불상군이 있다. 옆에서 보니 흡사 바위를 위고 있는 듯하였다. 총 10기가 있으며 연화좌대 석불좌상도 있으며 눈코입이 다 새겨져 있다. 옆에서 보니 미소를 머금고 있다. 거북바위 깊은 곳에서 비바람을 피했는지 비교적 온전해 보였다.
위를 보니 지금까지 보았던 불상 중 가장 큰 석불입상이 보인다. 똥머리에 귀는 어깨까지 내려왔으며 가름한 몸통은 모아이석상 같다. 수인은 통인으로 손바닥을 위아래로 향하고 있다. 옷 주름까지 섬세하다. 천불천탑을 지휘하는 듯 인상이 무표정하다.
와불에는 도선국사의 전설이 있다. 하룻밤사이 천불천탑을 세우고 와불을 일으켜세우는데 새벽 닭이 울어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다. 온전한 석불이 되었다면 천불천탑의 전설은 없었을 것이다. 거대한 바위위에 조각하여 때어 내려고 하였지만 과연 그 시절 기술로 때어 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머리를 낮은 남쪽방향으로 두었는지 의문이 든다. 북쪽을 향했다면 안정적으로 세우기도 편했을 것이다. 현 위치에서 보면 커다란 몸통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다. 다행이 낮은 전망대에서 그 모습을 어설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모습은 한쪽은 합장인을 한 좌불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통인을 하고 있는 입불형태이다. 얼굴도 남녀를 구분하듯 한쪽은 툭 불거진 입술과 인중까지 새겨놓았다.
이곳을 오면 뒤편 언덕을 넘어 진주강씨묘로 이어간다. 동자석(문인석)을 보기위해서다. 이런 형태의 동자석은 진도의 마을입구 벅수로도 보았고 우리지역 묘 지킴이로 많이들 보았지만 그중 이곳에 있는 것이 형태가 가장 바르다. 두 기가 서로 마주보며 합장을 하고 있다. 옷고름이 사람인자로 새겨있으며 관모를 쓰고 얼굴과 눈방울은 동그랗고 주먹코에 입술은 코폭만큼 작게 새겼다. 그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와불을 내려와 공사바위를 거쳐 칠성바위다. 공사바위에는 돌을 띄어낸 흔적이 겹겹이 보인다. 잡목이자라 그 모습이 희미해진다. 칠성바위 어떤 이유로 이곳에 칠성바위를 놓았는지 의문이다. 그냥 원형돌판을 던져놓았겠지 하지만 그 위치와 크기가 북두칠성의 자리와 밝기가 같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인지 바로 앞 7층 석탑이 서있다. 또한 맞은편 같은 위치에 7층 석탑이 서있다. 장생표처럼 말이다.
칠성바위에서 내려와 미쳐보지 못한 주 통로로 향한다. 하늘을 찌를 듯 한 석탑 3기가 나란히 서있다. 첫 번째 9층 석탑이다. 탑신에는 마른모꼴을 겹치고 그 안에 클로버 문양을 새겼다. 옥개석에는 빗살무니를 어긋나게 새겼다. 이곳 다층탑에는 기단석이 널고 튼튼하게 받치고 있다. 균형미와 조형미는 의미가 없다 각기 다른 개성미가 있을 뿐이다. 다음 탑은 정형화된 7층석탑으로 사각형 기단석 위 원판문을 새겼는데 그 대칭이 맞지 않는다. 한쪽으로 치우쳤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 모를 일이다. 또 다른 칠층석탑에는 쌍×문양을 새겼다. 1단 탑신에는 돋움새김을 하였지만 나머지 층은 음각하였다. 옥개석도 그에 따른 독특한 문양이다.
마지막이다. 석불 3기가 서있다. 그중 왼쪽에는 광배까지 있다. 광배에는 구름 문양을 음각하였다. 가운데 불상은 뾰쪽 머리에 삐딱하다. 뒷면은 바위에서 띄어낸 듯 다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나머지 자리를 찾지 못한 불상과 옥개석이 아무렇게나 널려있다. 더 이상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보존하였으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