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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두륜산 대흥사

by 허허도사 201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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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해남 두륜산 대흥사

 

대흥사는 선암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산사에 등재되었다. 선암사나 대흥사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아름답다. 선암사는 비포장 길이지만 대흥사는 아스콘이 포장되어있다. 키큰 나무들 사이 단풍나무가 자란다. 단풍나무는 잎이 아주작아 애기단풍이라고 한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별이 반짝이는 듯 하늘거린다. 한참 물이 들어 내려오고 있는 단풍잎은 위에는 빨갛고 아래로는 노랗다 가끔 변하지 않고 버티는 나무도 있어 별나다.

대흥사 기행은 암자기행이다. 입구부터 백화암을 시작으로 창신암. 관음암, 남암, 진불암, 남미륵암, 상원암, 일지암, 북미륵암까지 다양한 암자가 있다. 그중 남암과 남미륵암, 상원암을 개방하지 않았다. 매번 일지암을 시작으로 진불암 북미륵암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당초 암자기행을 시작하였으나 무식한 산행이 되어버렸다. 어찌하여 두륜산 일대를 일주하게되었다.

 

오늘은 관음암부터 출발하였다. 일주문 옆 우측 포장도로를 타고 올라간다. 도로 위 낙엽들은 차량으로 인해 길 가장자리에 쌓여있어 낙엽 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린다. 도로를 경계로 아래는 낙엽수림에 단풍이 들었지만 위쪽으로는 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일부러 갈라놓은 듯 자라고 있다. 평일인지 아니면 즐겨찾는 탐방로가 아닌지 길을 걷는 이는 우리 부부뿐이다.

아침기온이 뚝 덜어져 추울 것이라 생각했던 날씨는 포근하여 겹쳐 입었던 옷을 벗어야 했다. 그 덕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였다. 곱게 물든 단풍잎을 보며 쉬엄쉬엄 걸어 오르니 관음암이 나왔다. 근대에 지어진 관음암은 고풍스런 암자는 아니다. 높은 축대위에 관음전과 좌우 전각이 있을 뿐 경치가 좋다거나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금방 내려오게 된다. 멀리 만월재를 사이로 두륜봉과 가련봉이 펼쳐진다.

대흥사 일대를 돌아보건대 온통 공사판이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확장중이여서 앞으로 이번 이후 이곳은 기억에서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문에서 도로타고 진불암까지 3km 정도 된다. 그사이 관음암과 남암이 있다. 남암은 정진중인 푯말과 함께 문이 닫혀있어 지나칠 수밖에 없다.

 

심적암터 문화재 발굴조사중에 있다. 이곳은 1909 우리 의병들이 일본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의 만행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였다. 욕이라고 지껄이고 싶었지만 내 입만 더러워질 뿐이기에 참았다.

 

진불암은 예전 일지암 뒤로난 오솔길로 오르면서 보았던 숲속의 작은 암자였다. 이제는 너른 마당에 담장까지 정비되었다. 정면에 응진당과 삼성각 좌우 향적당과 요사채가 있다. 담장아래 너럭바위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북미륵암으로 향했다. 인근 남미륵암과 상원암은 굳게 닫혀 들어가지는 못했다.

산행의 시작 진불암에서 조금만 위로 걸어 올라서면 윗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북미륵암으로 가지 않고 만월재로 향했다. 내려오는 길에 북미륵암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만월재에 올라서니 억새밭은 베어져 시계가 확장되어 좌로 가련봉과 우로 두륜봉의 암봉이 우뚝솟아 있으며 앞으로 섬들이 가득한 바다가 펼쳐진다. 오래전 진불암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두륜봉으로 내려오는 산행을 하였다. 그 당시 가련봉은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 가련봉에 한번은 올라가야 할 것 같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다른 산행이 시작되었다. 가련봉 까지는 불과 300m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거친 바위사이로난 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데크로 잘 정비된길이지만 그것도 아주 가파른 계단이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달가운 길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풍광을 감상하며 오르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는 길목 중간에 예전 밧줄에 의지해 올랐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였다.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가련봉(703m)에 도착하니 서있을 공간도 없다. 호박만한 자연석에 표식하나 있었다. 암릉은 굽이굽이 물결처럼 노승봉(684m)까지 이어지며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오심재까지 내려가야 했다.

노승봉은 너럭바위처럼 제법 평평하다. 바람만 없다면 누워서 쉬어갈만 하였다. 가련봉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험준한 암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아래 북미륵암과 대흥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붉게 물든 단풍이 융단처럼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제 내리막길로 오심재까지 내려간다. 중간에 흔들바위가 있어 흔들어보았으나 뻥 이였다. 흔들바위라면 둥근형태가 되었어야 하지만 이 바위는 모난 바위로 걸쳐있었다. 가파른 계단은 사라지고 흙을 밟았다. 오심재에 도착하니 축구장 만큼 넓고 넓었으며 나무 한 구루 없는 초지로 아늑하였다. 케이블카 전망대가 있는 고계봉이 바로 위로 솟아있고 아랫길을 택하여 북미륵암으로 내려간다.

숲에 들어선 순간 빛이 낮게 스며들어온다. 소사나무군락지로 월하정이 순간 너무 좋다고 감탄한다. 이런 오솔길을 좋아한다. 나도 그런 길을 좋아한다. 키 큰나무는 하늘을 가려 답답하지만 키 작은 나무는 눈높이에 위화감이 없어 편안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길을 따라 내려가니 건강하게 잘 자란 소나무 뒤로 기와선이 보인다.

북미륵암이다.

 

마애여래불이 있어 이곳은 꼭 들려야한다. 자연석에 조각솜씨가 예술이다. 이목구비며 옷선이 뚜렷하다. 그리고 배면에 조각된 흘러내리는 구름인지 불꽃인지 살아움직이며 사면에 천인상을 조각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각 보수로 인해 천막에 가려져 볼 수가 없었다. 모형이 성보박물관에 전시하여 그곳에서 보고 싶었으나 박물관도 잠겨있어 끝내 보지 못하고 내려갔다. 대신 산신각 가는길에 삼층석탑을 구경하고 내려온다. 대흥사는 산그늘에 가려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이제 천년수를 거쳐 일지암으로 내려 가야한다.

내려가는 길에 국가지점번호판 설치를 하고 있는 시공팀을 만났다. 그험한 가련봉에서 짐을 부려 오르던 그 팀 이였다. 우리를 보자 빨리 오셨다고 경로를 묻는다. 고생스럽고 반가워 초코바를 몇 개 건네고 천년수에 도착하였다.

 

천년수는 느티나무로 수령이 무려 1,200~1,400년 되었다고 한다. 느티나무는 중간에서 가지가 갈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천년수는 신전의 기둥처럼 높게 올라 사방에 가지를 드리웠다. 그리고 그 둘레는 9.6m에 이르는 거목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거목 중에 흉고가 가장 크겠다. 지금은 돌담을 둘러치는 작업중이다. 철로 만든 울타리가 아니라 다행이다. 천년수라면 전설이 따르기 마련이다. 검색하여 찾아보시라

내려가는길 소사나무 군락지다 잎은 다 떨구고 가지만 남았다. 간간히 단풍나무가 뻘겋게 타고 있다. 돌길을 따라 내려오니 조금 지친다. 갈림길이 나오고 일지암 400m라고 이정표에 표시되어있다. 그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포장도로다. 길은 가파르며 예전에 보지 못한 길이다. 길은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시계가 좋지 못하다. 갈림길이 보여이며 일지암이다. 길이 넓혀진 것을보니 예전의 일지암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일지암보다 몇배나 큰 전각이 앞과 뒤를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못위 누각은 공사중이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스산하였다. 지체하지 않고 내려와 대웅전으로 향했다. 다시는 올리없다는 말과 함께.

천불전 문지방은 휘어져 떠있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다. 천불인지 세어보라고 하여 그냥 나왔다. 대웅전 가는 길에 느티나무 두 구루가 천년수 못지않게 거대하다. 그리고 뿌리가 붙어있었다.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붙어 자라면 연리지라고 한다. 그래서 연리근이라고 한단다.

개울을 건너 대흥사 경내로 들어서니 대웅전이 보이며 불이 켜졌다. 불빛에 부처님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해는 지고 또한 지치어 저녁예불 시간이 다가왔지만 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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